동물복지 축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증 농가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막상 농장에서 기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학계 및 산업계와 협력해 그동안 축적한 연구 성과와 현장 기술을 바탕으로 '축종별 동물복지 사육 관리 지침서' 4종을 처음으로 펴냈다.
이번 지침서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기준을 농가가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우리나라는 2012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도입했으며, 올해 4월 17일 기준 인증 농가가 총 520곳으로 늘어나는 등 동물복지 축산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침서에는 산란계, 육계, 임신돈, 분만돈 등 4개 축종별로 구체적인 관리 방법과 시설 설계 기준이 담겼다. 특히 축산 현장에서 바로 참고할 수 있도록 사육환경 관리, 사양관리, 시설 관리, 건강관리 등 실용적인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산란계 분야에서는 기존 케이지 사육을 대체하는 평사·방사·다단식 사육환경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닭이 모래 목욕을 하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등 본래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산란상 배치와 횃대 설치 등 시설 설계 기준을 제시했다. 이러한 환경풍부화 요소를 적용하면 누적 폐사율이 0.2%포인트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깃털 쪼기 행동의 원인과 개선 방법, 깔짚 관리 등 구체적인 사양관리 기술도 함께 정리했다.
육계 분야에서는 사육환경 개선을 통해 닭의 행동 특성과 복지를 고려한 관리 기준을 실었다.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사육밀도를 19수/m² 이하로 유지하고, 환기 및 온도 관리, 충분한 급이기와 급수기 설치 등 세부 기준을 담았다. 이러한 환경풍부화 요소를 적용하면 닭의 스트레스가 4.3%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임신돈 분야는 기존 감금 틀 사육을 대체하는 군사(무리) 사육 체계를 중심으로 기술했다. 임신한 돼지를 개별로 가두지 않고 여러 마리를 그룹으로 사육하는 방식으로, 전자식 모돈 급이기, 반스톨 등 다양한 사육시설을 국내외 사례와 비교 분석해 농가가 자본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분만돈 분야는 어미돼지의 행동 자유를 보장하면서 새끼 돼지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관리 기준을 담았다. 분만 직후에는 분만틀을 활용해 새끼 돼지 압사 사고를 예방하고, 분만 3~4일 후에는 분만틀을 개방해 어미돼지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최적의 환경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외 분만틀의 장단점도 비교 분석해 농가 여건에 맞는 시설을 고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다.
이번 지침서는 새로운 기준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기준을 농가가 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와 현장 적용 가능성을 토대로 기술적으로 정리한 자료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기준은 동물보호법에 근거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정하며,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현장 심사를 통해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한다.
현재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은 축종별로 확대되고 있으며, 산란계, 육계, 돼지를 중심으로 인증 농가가 증가하고 있다. 2026년 4월 17일 기준 총 520호로 산란계 293호, 육계 152호, 돼지 29호, 한우 20호, 젖소 26호다. 가금류 인증 비율이 전체 인증 농가의 약 85.6%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동물복지 인증이 가금을 중심으로 선도되고 있다.
동물복지 사육환경을 도입할 때 일부 농가에서는 시설 개선 비용이나 관리 방법 변화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번 지침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줄이고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관리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제작됐다. 동물복지 사육환경은 가축의 스트레스 감소와 건강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적절한 관리 기술이 함께 적용될 경우 질병 감소와 생산성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지침서를 브리핑 이후 농업과학도서관 누리집(lib.rda.go.kr)을 통해 공개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축산농가와 지도기관에 순차적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현장 기술 지도와 농가 교육 자료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4종 지침서 발간을 시작으로 동물복지 인증 전 축종까지 기술 기준을 확대·수립할 계획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조용민 원장은 “이번 지침서는 농가가 동물복지 사육을 쉽게 이해하고 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축 스트레스 감소와 건강 개선을 통해 국민에게 더욱 안전하고 품질 좋은 축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동물복지 인증 대상 축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