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집약적 농업으로 인해 농촌 생태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국 농경지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생태계 건강검진'에 나선다.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전국 농경지의 생물학적 토양 건강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연구를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토양의 화학적 성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식물과 곤충 등 생물상(생물의 종류와 분포)까지 포함한 통합 진단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사는 4년 1주기로 이뤄지며, 올해는 과수원을 시작으로 2027년 논, 2028년 시설재배지, 2029년 밭, 2030년 다시 과수원을 종합 평가하게 된다. 전국을 대표할 수 있도록 기후, 지역, 토양 특성, 작물 재배 정보, 친환경 인증 여부, 비료 사용 실태, 농산물 소득 조사 지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25개 표준유역(내륙 124곳, 제주 1곳)을 선정했다. 각 도별로 3지점씩 할당되어 조사가 진행된다.
조사 항목은 식물의 피도(땅을 덮는 비율)와 곤충·절지동물(거미, 지네 등)의 우점종(가장 흔한 종)과 기능성 형질(초장, 건중량, 체장, 날개 유무 등)이다. 이는 단순히 어떤 생물이 사는지 목록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생물들이 실제로 생태계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진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조사로 수집된 토양 화학성, 물리성, 잔류농약, 미생물 데이터와 생물상 자료를 종합 분석해 '한국형 농경지 생물학적 토양 건강성 평가지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지표는 공익직불제 이행 점검, 농경지 생태계 개선 정책, 그리고 생물다양성협약(CB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등 국제 농업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국가 지표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생물다양성 감소를 단순한 종의 감소로 보지 않고, 자연이 제공하는 기능(예: 양분 순환, 해충 억제)이 저하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토양의 화학적 수치가 좋더라도 생물학적 기능이 무너지면 농업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상부(식물, 곤충)와 지하부(토양 미생물, 절지동물)의 상호 관계를 규명하는 통합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제적 요구다.
한편, 농촌진흥청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한 앞선 연구에서는 일반 농경지보다 친환경 농경지에서 식물 종 수가 평균 14.3%, 곤충 종 수가 평균 15.4% 더 풍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친환경농업이 생물다양성 증진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결과다.
농촌진흥청 재생유기농업과 장철이 과장은 \"이번 연구는 단기적인 토양 평가를 넘어 환경 변화에 따른 생물학적 기능을 평가하는 통합적 진단\"이라며 \"전국 단위의 체계적인 조사로 지속 가능한 농업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속 가능한 농업 실천을 위한 정책 자료와 농가 토양 진단 기술로 연계될 예정이며, 생물 기반 토양 건강성 평가지표는 공익직불제 이행 점검 지표로도 활용된다. 또한 국제 농업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제시하는 생물다양성 관련 요구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