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불합리한 현장규제를 대폭 개선했다. 국무조정실은 4월 24일 규제합리화위원회 민생분과위원회에 '2025년 중소기업 100대 현장규제' 개선 결과를 보고했다. 지난해 12월 1일 중소기업인들이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직접 전달한 100건의 규제 애로사항 중 25건이 개선됐으며, 이 중 12대 주요 과제가 발표됐다.
첫 번째 과제는 안전한 건설현장 조성을 위해 원도급사가 하도급사에도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의무적으로 계상하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발주자와 원도급사 간 도급계약에서는 2000만 원 이상 공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이 의무였지만, 하도급계약은 의무가 없어 안전 비용이 부족한 사례가 빈번했다. 실제로 하도급사의 39.5%가 안전관리비 부족을 경험했고, 사망사고 중 하청 노동자 비율도 2023년 43.5%에서 2024년 47.7%로 증가했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하도급사도 적정 안전 비용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건설현장 산업재해를 예방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골재 원료로 재활용 가능한 폐석재를 순환자원으로 지정해 폐기물 규제를 면제한다. 암석 채석·가공 과정에서 나온 깨진 석재나 자투리는 토사가 섞이지 않은 우수한 품질이지만, 그동안 일괄적으로 폐기물로 분류돼 처리 비용이 연간 약 16억 원에 달했다. 정부는 순환자원 지정 고시 개정을 통해 이 폐석재를 순환자원 10개 품목에 추가하고, 정해진 용도와 방법, 기준을 지키면 폐기물 규제를 받지 않도록 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처리 비용이 절감되고 폐석재 재활용으로 건설원가도 낮아질 전망이다.
세 번째는 원도급사가 하도급사에 지급할 대금을 다양한 명목으로 부당하게 유보하는 것을 금지한다. 하자보수 정산이나 추가공사비 정산 등을 이유로 공사 대금의 일부를 수개월간 묶어두는 관행이 만연했으며, 건설업체 10곳 중 4곳 이상이 유보금 설정을 경험했다. 이 같은 부당 특약을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명문화해 엄격히 금지함으로써 영세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건설 생태계 안정성을 높일 방침이다.
네 번째로 건축자재 품질인정을 위한 제조설비 보유 의무를 완화한다. 화재 안전에 중요한 5개 자재는 품질인정을 받아야 생산·판매·유통이 가능한데, 그동안 해당 제품의 제조설비를 직접 보유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설비를 임차해 사용하더라도 해당 기업이 전용으로 사용하고 직접 관리하면 품질인정을 받을 수 있게 개선했다. 고가 장비의 리스나 렌탈이 가능해져 중소기업의 장비 교체 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섯 번째는 해외인증에 대한 수출바우처사업에 중간정산제를 도입한다. 유럽 CE나 미국 FDA 같은 해외인증은 취득에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동안 수출바우처사업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운영돼 최종 결과를 당해에 받지 못하면 비용을 지원받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1년 이상 소요되는 해외인증에 한해 중간보고서를 제출하면 발생 비용의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해외인증 비용 부담을 덜고 실질적인 수출 확대를 도울 계획이다.
여섯 번째는 지방기업의 수도권 대학 계약학과 설치 요건을 완화한다. 그동안 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있는 경우에만 수도권 대학에 계약학과를 설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본사가 지방에 있어도 수도권에 있는 기업부설연구소를 기준으로 계약학과 설치가 가능해졌다. 계약학과는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거나 직원 재교육을 위해 대학과 계약해 설치하는 학과로, 전국에 850개가 운영 중이다. 이번 조치로 지방기업이 수도권 연구소 인력의 이탈을 막고 우수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곱 번째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제한경쟁 구간을 확대한다. 현행 20억 원 미만에서 40억 원 미만 규모의 사업까지 중소기업 제한경쟁을 허용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그동안 공공 SW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20억 원 미만 사업 비중이 2015년 55.4%에서 2024년 35.0%로 줄어 중소기업의 수주 기회가 축소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조치로 중소 SW 기업의 시장 참여 기회가 보장되고 산업 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덟 번째는 소형풍력터빈에 대한 KS인증 가능 기관을 확대한다. 그동안 KS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전국에 제주 1곳뿐이어서 대기 기간만 1년, 측정에 또 1년이 소요돼 중소기업의 상용화가 지연됐다. 정부는 전남 영광에 소형풍력 테스트베드를 추가 구축해 2029년까지 인증 기관을 2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연간 인증 가능 대수가 최대 2~3기에서 5~7기로 늘어나 신속한 제품 인증과 국내외 판로 확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홉 번째는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부지·구조물 정기검사 주기를 합리화한다. 그동안 전기설비계통 검사는 4년 주기, 부지·구조물 검사는 2년 주기로 별도 실시돼 발전소 운영자의 이중 부담이 컸다. 앞으로는 두 검사를 4년 주기로 통합하고 검사 항목을 간소화해 검사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를 통해 기업의 행정적·경제적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검사 수수료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열 번째는 서울 지하철 영상광고 사전심의 절차를 간소화한다. 지상파 등 방송광고 심의를 거친 영상광고는 추가로 서울교통공사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방송 심의를 통과한 광고에 한해 약식 심의만 거치면 지하철에 게재할 수 있다. 심의 기간도 기존 5일에서 2일 이내로 단축돼 기업의 행정 부담이 줄고 신속한 광고 집행이 가능해진다.
열한 번째는 재사용전지 안전성 검사에 소프트웨어 기법을 활용하는 검사기관을 확대한다. 재사용전지 유통·판매를 위해서는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물리적 기법은 배터리를 완전 방전·충전하는 과정을 거쳐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소프트웨어 기법은 배터리 내 운행이력 정보만 분석해 검사 비용이 5분의 1 수준이다. 그동안 소프트웨어 검사기관이 1곳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6곳으로 늘려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재사용전지 산업이 활성화되고 자원순환경제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열두 번째는 소상공인·소기업에 대한 노란우산 미청구 공제금 지급을 위해 최신 연락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폐업이나 사망 등으로 공제금을 받지 못한 사례가 2026년 1월 기준 2만 5460건, 1868억 원에 달하지만, 연락처가 없어 안내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앞으로 중소기업중앙회가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공제금 지급 대상자의 최신 연락처를 제공받을 수 있게 돼 신속한 환급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이 재창업 자금을 확보하고 생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규제 합리화 성과가 현장에서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력해 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할 방침이다. 또한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기업 활동과 투자에 걸림돌이 없도록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불합리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