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위원장 김현권, 이하 고준위위원회)가 4월 24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제3차 회의를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부지 선정을 위한 핵심 청사진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적합성 조사계획'과 '2026년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시행계획' 두 건이 모두 의결됐다.
이번 제3차 회의는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 전원이 처음으로 함께한 자리로, 고준위위원회가 법정 의결기구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특히 정부 추천 위원과 국회 추천 위원이 모두 참여해 안건을 심의·의결함으로써, 국가적 난제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정책을 여야 합의 정신에 기반해 추진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의결된 부지적합성 조사계획은 향후 건설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지하연구시설, 중간저장시설, 처분시설)의 부지 선정 전 과정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부적합지역 배제 및 기본조사 후보부지 도출, △기본조사 대상부지 공모, △기본·심층조사, △주민투표 등 단계별 절차가 추진될 예정이다.
고준위위원회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사 절차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조사 과정에서 생산되는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역 주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소통 절차도 함께 운영해 부지 선정의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살펴보면, 고준위위원회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에 따라 이번 계획을 국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한 후, 올해 안에 지진·화산·단층 지역 등 부적합지역을 배제하고 지질 안정성 연구 사례 조사·분석 등을 통해 기본조사 후보부지를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기본조사 후보부지 관할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기본조사 대상 부지 공모 절차에 착수하는 등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최적의 관리시설 부지 선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함께 의결된 '2026년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시행계획'은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의 마지막 해 실행 계획으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담고 있다. 이 계획에는 올해 사업 추진 방향, 구체적인 계획, 소요 예산 및 재원 조달 방안, 점검 및 환류 체계 등이 포함돼 국가 방사성폐기물 관리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부지적합성 조사계획의 기본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과학적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전문기관의 심층 검토를 거친다. 둘째, 민주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위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 사회와 주민의 참여를 보장한다. 셋째, 지역 사회와 주민의 부담에 상응하는 합리적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조사 절차는 총 9~13년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기본조사 단계에서는 부적합지역 배제 및 기본조사 후보부지를 도출하는 데 1~2년이 소요된다. 이후 기본조사 대상부지 공모를 거쳐 기본조사(3~5년), 심층조사(3~4년), 부지 선정(1년) 순으로 진행된다.
기본조사 단계에서는 지질학적 안정성과 환경적 적합성 등 제약 요건을 검토해 배제 기준을 마련하고, 전 국토를 대상으로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과거 부지 확보 추진 시 취득된 지질 자료와 연구기관의 지질 안정성 연구 사례 등도 조사·분석해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와 주민을 대상으로 관리시설 안전성, 조사 절차, 지원 방안 등을 적극 홍보해 부지 공모 신청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기본조사 대상부지 공모는 내년 상반기에 시작된다. 고준위위원회는 부지 공모 전에 기본·심층조사 대상지역 등에 대한 지원 방향을 마련하고, 공모 방안을 관보·일간신문·홈페이지 등에 6개월 이상 게재할 예정이다. 기본조사 후보부지 관할 시·군·구는 인접 지자체 협의, 주민 의견 확인, 지방의회 동의 등을 거쳐 부지 공모를 신청할 수 있다.
기본조사는 광역규모 조사와 부지규모 조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광역규모 조사에서는 조사 부지 전체를 대상으로 지질, 암석역학, 수리지질 등 분야별 특성을 조사·분석하고, 부지규모 조사에서는 열-수리-역학-화학 통합 모델 등을 구축해 특성 간 상호작용을 통합 분석·평가한다. 이를 통해 심층조사가 필요한 부지를 압축하게 된다.
심층조사 단계에서는 심부를 중심으로 지질, 암석역학, 수리지질 등 분야별 정밀조사를 수행해 상세한 입지 환경을 파악하고, 열-수리-역학-화학 통합모델 등을 기반으로 처분시설 배치심도 적합성과 장기 안전성을 정밀 분석한다. 최종적으로 심층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처분 시스템의 장기 안전성 등을 종합 평가해 최적의 관리시설 예정부지를 도출한다.
부지 선정 단계에서는 '관리시설 유치지역 지원위원회'를 설치·운영해 주민투표 전에 유치지역과 주변지역에 대한 합리적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특별지원금 규모 확정, 반입수수료 결정, 유치지역 지원계획 수립 등이 포함된다. 이후 관리시설 예정부지 및 주변지역(부지 경계로부터 5km 이내) 관할 시·군·구를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의견수렴 결과와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고준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관리시설 부지를 최종 선정한다.
정보 공개와 의견 수렴 측면에서 고준위위원회는 주요 정책·계획과 회의록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반 국민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정보 제공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의견수렴 시스템을 구축해 주민 의견과 제안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설명회·토론회·현장견학 등 홍보와 소통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부지 선정 주요 단계별로 주민과 지자체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현장 의견수렴을 강화하는 등 민주적 절차에 기반한 부지 선정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김현권 고준위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두 안건이 모두 의결됨으로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최대 난제인 부지 선정을 위한 행정적·기술적 준비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한 관리시설을 확보하는 데 고준위위원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을 보면, 올해 말까지 부적합지역 배제 및 기본조사 후보부지 도출 작업을 완료하고, 하반기에는 조사·유치지역 등 지원 방향을 마련한 후 내년 상반기에 기본조사 대상부지 공모에 착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