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와 부동산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는 두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토교통부는 4월 23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과 「부동산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법률」(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부동산 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특히 전세보증금의 최소 3분의 1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제도가 도입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개정된 전세사기특별법의 가장 큰 변화는 최소보장제와 선지급-후정산 제도의 도입이다. 지금까지는 피해주택이 경매에 넘겨진 후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경매차익)으로 피해자를 지원해왔지만, 경매 상황에 따라 피해자 간 회복률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경·공매가 끝난 피해자가 회복한 금액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면 국가가 그 차액을 직접 지원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1억 5천만 원이었다면 최소 5천만 원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셈이다. 특히 신탁사기나 무권계약 피해자의 경우, 경매가 끝나기 전에도 최소보장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먼저 지급받고 나중에 정부가 정산하는 선지급 제도가 새로 도입돼 피해 구제 속도가 크게 빨라질 전망이다. 지원금은 압류나 양도가 금지돼 오롯이 피해자에게 돌아간다.
피해주택 매입 절차도 대폭 개선된다. 그동안 경매에 응찰자가 없어 유찰이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가 매수 신고가 없으면 피해자가 직접 최저 매각가격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공주택사업자가 경매 일정에 쫓겨 매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경·공매를 유예하거나 정지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신탁사기 피해주택의 경우 수탁자가 LH 등과 우선 협의하고 관련 자료를 내야 하며, 위반 건축물도 매입과 양성화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신탁사기 피해자와 같은 사각지대에 놓였던 피해자들의 구제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보호와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LH에 피해주택 매입을 요청했지만 공공임대주택을 배정받지 못한 피해자만 대체 주택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공매가 끝났지만 주택을 사지 못한 피해자 모두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피해자가 설립한 협동조합 등이 피해주택을 사들여 임대사업을 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재정적으로 도울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임대인이 파산하더라도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청구권은 면책되지 않도록 해 보증금 보호를 강화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도 새로 생겼다.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는 기존 피해자 지원 업무 외에도 예비 임차인을 대상으로 권리관계 분석 등 안전 계약 컨설팅을 새로 맡게 됐다. 계약 전에 위험 요소를 확인할 수 있어 전세사기 피해를 미리 막는 효과가 기대된다. 피해주택 매입 절차 개선과 예방 관련 내용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공포 즉시 시행되며, 최소보장제와 선지급-후정산 제도는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에서 관련 예산 279억 원을 확보한 만큼 법 시행일 맞춰 신속히 집행할 계획이다.
함께 통과된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개정안은 인·허가 기간 단축을 통한 사업 속도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주택사업 등 개발 과정에서 인·허가가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가 법적으로 설치된다. 이 센터는 인·허가 관련 명확한 유권해석을 제공하고 기관과 사업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지원센터는 이번 개정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법적 기반을 확보했다.
또한 인·허가 기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감사면책 규정도 도입했다. 그동안 특혜 시비에 대한 우려로 인·허가 재량권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향후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되는 이 개정안은 부동산개발사업의 신속한 추진은 물론 주택공급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