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6개 제지사 가격 담합 행위 제재

공정거래위원회가 6개 인쇄용지 제조·판매 사업자(이하 제지사)의 장기간 가격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역대 최대 수준의 제재를 가했다.

공정위는 2026년 4월 23일, 무림에스피, 무림페이퍼, 무림피앤피, 한국제지, 한솔제지, 홍원제지 등 6개 제지사가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약 3년 10개월 동안 인쇄용지 전 제품의 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3,38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한국제지와 홍원제지 2개 법인은 검찰에 고발했다.

인쇄용지는 교과서, 단행본, 잡지, 화보 등 다양한 인쇄물의 핵심 원재료로 사용된다. 이번 담합으로 인쇄업체와 출판사의 제작비가 증가했고,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제지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민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원가 상승 부담을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위해 가격 담합을 저질렀다.

6개 제지사는 담합 기간 동안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최소 60회 이상 회합을 가지며 총 7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합의했다. 인쇄용지 판매가격은 각 제지사가 제시하는 품목별 기준가격에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되는데, 제지사들은 할인율을 축소하거나(5회) 기준가격을 인상하는(2회) 방식으로 판매가격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1차(2021년 3월) 할인율 15%p 축소, 2차(2021년 6월) 할인율 7%p 축소, 3차(2021년 12월) 기준가격 7% 인상, 4차(2022년 5월) 기준가격 15% 인상, 5차(2022년 9월) 할인율 7%p 축소, 6차(2023년 12월) 할인율 8%p 축소, 7차(2024년 8월) 할인율 7%p 축소 등이었다. 합의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모두 실행됐다.

제지사들은 담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극도로 은밀한 방법을 동원했다. 임직원들은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대신 근처 공중전화, 식당 전화, 타 부서 직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연락을 취했다. 경쟁사 연락처는 휴대전화에 저장하지 않고 별도 종이에 회사명을 이니셜(S, W, K)로 표기하거나 가명을 사용해 메모했다. 또한 거래처에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순서도 합의했으며, 합의가 원활하지 않을 때는 동전이나 주사위를 던져 순서를 정하기도 했다.

국내 인쇄용지 판매시장에서 이들 6개 제지사의 점유율은 95%에 달한다(수입 물량 약 15%를 고려하면 약 81%). 담합 기간 동안 인쇄용지 판매가격은 평균 71% 상승했다. 그 결과 제지사들은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한 반면, 피해는 중간 유통사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이번 과징금 3,383억 원은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5번째로 큰 금액이며, 제지업체 담합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인쇄용지 제조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해 신규 진입이 어렵고, 제지사들이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해 담합이 관행적으로 고착화된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내렸다.

특히 공정위는 마지막 7차 합의 이후 기준가격이 변경되지 않아 합의 효과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 각 제지사가 담합 전 경쟁 수준으로 가격을 독자적으로 재결정하도록 명령했다. 이는 밀가루 담합 사건(2006년 4월) 이후 두 번째로 내려진 조치다. 제지사들은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국내 인쇄용지 시장에서 은밀하게 지속돼 온 대형 제지사들의 가격 담합 폐해를 시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동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인쇄업체, 출판업계, 중소 유통업체의 부담을 완화하고, 국민의 교육비·도서구입비 등 생활비 인상을 초래하는 독과점 사업자의 담합 소지를 차단해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적발 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밀가루, 전분당, 계란 등 식료품 분야 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도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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