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를 3년 넘게 체납했더라도, 정부 기관이 그 기간 동안 징수 절차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더 이상 징수할 수 없게 됩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원칙을 적용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시정권고를 내렸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건강보험료를 장기간 체납한 ㄱ씨의 고충민원을 받아들여, 공단이 3년 7개월 동안 아무런 징수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ㄱ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건강보험료 200만 원 이상을 내지 못했는데, 공단은 2021년 7월까지 매달 독촉장을 보내다가 2021년 8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약 3년 7개월간 아무런 독촉이나 압류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공단은 2025년 3월부터 다시 독촉장을 보내기 시작했고, 올해 3월에야 ㄱ씨의 예금을 압류했습니다. 이에 ㄱ씨는 "체납된 건강보험료에 대한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며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 공단은 2021년 8월부터 2025년 2월까지 3년 7개월 동안 건강보험료 납부를 독촉하거나 압류하는 등 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등을 징수할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국민권익위는 "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는 오랫동안 지속된 사실 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며 "3년 7개월 동안 체납처분을 수행하지 않은 것은 공단의 책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에 예금채권을 압류한 것은 무효"라며, ㄱ씨의 체납 건강보험료를 결손처분하고 예금압류를 해제할 것을 공단에 시정권고했습니다.
국민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행정기관이 법에서 정한 기간 내에 징수권을 행사하지 않아 발생한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고충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시정권고는 행정기관의 소극적 업무 처리로 인해 국민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사례로,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다른 체납자들에게도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