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조산을 하거나 긴급한 사정으로 아이를 낳은 뒤에야 전입신고를 마쳤더라도, 산후조리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출산일보다 전입신고 일자가 늦다는 이유로 100만 원 상당의 산후조리비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해당 민원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22일 전했다.
민원인 ㄱ씨는 지난해 12월 19일 해당 지역으로 이사해 실제로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정일보다 이른 12월 31일 갑작스럽게 아이를 낳는 조산을 경험했고, 올해 1월 5일에야 전입신고를 마쳤다. 이후 1월 19일 산후조리비 지원금을 신청했으나, 담당 지방자치단체는 조례상 출생일 이후 전입신고는 지급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ㄱ씨는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고, 국민권익위는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ㄱ씨는 출생일 당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으나 출생일 이전부터 이미 실제로 거주한 점이 확인됐다. 또한 그는 출산 전에 전입신고를 하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조산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출산 이후에야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권익위는 여러 정황을 종합해 지원금 지급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종전 주소지와 새 주소지의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산후조리비 지원 금액에 차이가 없어, 더 많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의로 전입 시기를 조절했다고 볼 수 없었다. 또한 산후조리비 지원의 본래 목적은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 출산을 장려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범정부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민권익위는 이 같은 다섯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행정 편의적 해석보다 저출산 위기 속 출산 장려라는 정책의 본래 취지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국민권익위 고충처리국장 허재우는 “이번 결정은 행정 편의적인 해석보다 저출산의 위기 상황에서 출산 장려라는 정책의 본래 취지를 우선시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복지 혜택에서 불합리하게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고충민원을 통해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번 의견표명은 신청일과 전입신고일 사이의 단순한 기간 차이보다는, 민원인의 불가피한 사정과 정책의 근본 목적을 중시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유사한 사례에 대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번 결정을 참고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으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실질적인 출산 장려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심한 행정적 배려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