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은 총재 취임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으로 금융안정 도모”

신현송 한은 총재 취임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으로 금융안정 도모”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일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전환기 국면에서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을 운영해 물가·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신현송 총재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28대 총재로 임기를 개시했다.
신 총재는 취임사에서 “지금 우리 경제가 마주한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며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압력과 경기 하방압력이 동시에 증대됐고,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경제 질서는 대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관세정책으로 촉발된 통상 갈등이 무역구조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고, AI 기술은 앞으로도 경제성장과 생산성, 노동시장 등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와 양극화 심화,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문제로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봤다. 신 총재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세계경제 변화와 맞물려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이 같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으로서 책무를 강조하며 네 가지 중점 추진 과제를 밝혔다.
먼저 물가·금융 안정을 위한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을 펼친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 수단을 재점검하고, 정부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책 공조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스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조기경보 기능은 강화한다. 신 총재는 “오늘날 금융시장은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 부문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고 자산시장과도 긴밀히 연결되면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졌다”며 “기존 건전성지표와 함께 시장 가격지표의 움직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제고하고, 금융기관의 부외거래와 비전통 금융상품까지 분석 범위를 넓혀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 강화 방안을 유관기관과 논의할 방침이다.
국제화·디지털화된 금융환경에 맞춘 화폐 신뢰와 지급결제 안정성 확보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신 총재는 “원화의 국제화는 우리 경제의 위상에 걸맞은 통화 인프라를 갖춰 나가는 중요한 과제”라며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추진하고,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외환거래의 접근성과 안정성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활용도를 높이고, ‘아고라 프로젝트’ 등 국제협력을 통해 디지털 지급결제 환경에서도 원화의 위상을 높여가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안정 훼손을 막기 위한 거시건전성 체계 논의도 병행한다.
경제 구조개혁을 위한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신 총재는 “경제구조가 달라지면서 경제현실과 경제주체들의 인식 사이에 괴리가 커질 경우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구조적 요인은 통화정책과 별개 영역이 아니라 통화정책 운영의 중요한 일부”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이러한 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와 정책 제언을 지속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직 운영 방향도 밝혔다.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조사연구와 정책, 현업과 관리 등 전 부문에 걸쳐 성장 기회를 폭넓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한국은행의 연구·정책 경험이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논의에 기여될 수 있도록 국내외 담론 형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끝으로 신 총재는 “지금 우리 경제는 불확실성과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고, 풀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며 “한국은행이 신뢰의 중심으로 그 역할을 다한다면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959년생으로 영국 에마누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학 학사와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사우샘프턴대 경제학과 교수, 런던정경대(LSE) 금융학과 교수,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지냈다. 2010년 대통령실 국제경제보좌관을 맡았으며 2014년 BIS에 합류해 경제고문 겸 조사국장을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BIS 경제고문 겸 통화경제국장을 지냈다. 오는 2030년 4월까지 4년간 한국은행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