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보험 문턱 낮아졌지만, 활용은 제자리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보험 제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도상 보험 가입 문턱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입을 어렵게 느끼거나 활용 가능한 혜택을 모른 채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장애인의 보험 가입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2018년 이전에는 보험 청약 과정에서 장애 상태를 사전 고지해야 했고, 이는 차별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후 금융당국이 보험계약 전 알릴 의무 항목에서 장애 상태 관련 조항을 삭제하면서 제도는 달라졌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최근 치료 이력 등 일반적인 사항을 중심으로 고지하도록 구조가 바뀌었고, 장애를 이유로 한 일률적 차별도 금지 방향으로 정비됐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개선도 현장 체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1~2월 서울시 거주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349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해당 자녀의 보험 가입률은 약 56% 수준에 그쳤다. 응답자의 29%는 보험사로부터 가입을 거부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신청 자체를 포기했다고 답했으며, 장애를 이유로 인수를 거절당한 경험은 18.9%, 과거 병력 고지 과정에서 가입을 거절당한 경험은 10.9%로 나타났다.
정보 격차의 문제도 있었다. 조사 결과 장애 고지의무 폐지 사실을 모르고 있는 응답자는 77%에 달했다. 기존 보험을 장애인 전용으로 전환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환 특약'은 6%만 알고 있었고, 보호자가 대신 보험금을 청구하는 '보험금청구대리인 제도' 인지도도 12%에 불과했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활용 가능한 장치조차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의 금융거래 불편 해소와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 보험보다 저렴한 보험료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장애인전용보장성보험(장애인전용보험) 역시 인지도가 낮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에서는 지난해 4분기 판매 건수가 2~3건에 그쳤다. 현재 해당 상품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에서 '곰두리 보장보험'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장애인전용보험은 세제혜택이 상대적으로 크다. 일반 보장성보험이 연간 100만원 한도에서 12% 세액공제를 적용받는 반면 장애인전용보장성보험은 연간 15%가 적용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16.5% 수준이다. 또 장애인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보험금은 연간 4000만원 한도 내에서 증여세가 비과세돼 증여세 측면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기존에 가입한 보험이 일반 보험이더라도 피보험자나 수익자가 장애인인 경우 '장애인전용보험 특약'을 체결해 장애인 전용 한도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장애인전용보험 전환'이라고 하는데, 전환을 이용하면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도 동일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환은 장애인등록증(복지카드)과 필요한 서류를 갖춰 가입 설계사나 보험사에 신청하면 된다. 대상은 장애인등록자에만 한정되지는 않으며, 세법상 장애로 인정되는 경우도 가능하다. 암·치매·뇌심혈관질환·희귀난치질환 등으로 상시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받아 전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애인전용보험과 전환 특약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선 제도"라며 "다만 이를 활용하더라도 보험사별 기준이 다를 수 있고, 개인이 가입한 상품에 따라서도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약관과 보장 내용, 실제 적용 가능 여부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