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농가의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해 ‘농가 생산비 절감 기술 현장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개발한 기술 가운데 즉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고 비용 절감 효과가 큰 에너지·비료·사료·비닐 분야 19개 기술을 선정해 현장 확산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또 분야별 전문가로 ‘기술지원단’을 구성해 이달부터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영농 현장용 기술 매뉴얼도 보급할 계획이다.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지원 방식은 기술 적용 방법과 예산 투입 규모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눠 정책 효율성을 높인다. 장비나 시설 도입 등 초기 비용이 필요한 8개 기술은 신기술시범사업과 연계해 총 97억 3000만 원을 투입한다. 나머지 11개 기술은 주산지와 현장 중심 컨설팅, 영농 교육, 홍보 활동을 통해 확산할 예정이다. 신기술시범사업은 에너지 분야 5개 사업 50억 9000만 원, 사료 분야 4개 사업 25억 2000만 원, 비료 분야 5개 사업 21억 2000만 원으로 구성된다.
◇ 시설원예·축산 농가 에너지 부담 던다
시설원예 농가에는 고온기 내부 온도를 최대 4도까지 낮추는 ‘수직 유동 확산형 순환팬’과 ‘차광도포제’를 보급한다. 차광도포제는 비닐하우스 외부에 뿌려 햇빛을 차단해 내부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며, 포그시스템은 물이 증발할 때 주변 열을 빼앗는 원리를 이용해 온실 온도를 32도 이하로 유지한다.
육계 농가에는 ‘에너지부하 자가진단 모델’을 제공해 사육 환경별 최적화된 에너지 운영 전략을 지원한다. 농기계 연료 사용량을 최대 17.7%까지 줄일 수 있는 ‘벼 마른논 써레질’ 기술도 적극 권장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논벼 재배 시 물 속에서 써레질을 생략해 농기계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또 고단열과 투습성이 높은 에어로겔 신소재를 활용한 다겹보온커튼도 보급돼 냉난방비를 15~2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수입 의존도 높은 사료비 절감
한우 농가에는 농산부산물을 활용해 사료비를 평균 16%까지 절감할 수 있는 ‘자가 섬유질배합사료(TMR) 제조 프로그램’을 홍보한다. 이 프로그램은 기초 사료 정보와 부산물 47종을 선택하면 영양성분을 고려해 배합 비율을 자동으로 계산해준다.
양돈 농가에는 인공지능(AI)이 어미돼지 체형을 분석해 적정 사료를 제공하는 자동 급이 기술을 보급한다. 레일형 카메라로 모돈 체형을 진단하고 영양소 요구량을 산출해 개체별로 사료를 자동 급이하는 방식이다. 모돈 300두 기준 연간 생산비 약 3900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초음파 영상으로 돼지 임신 여부를 조기에 판별해 비생산일수를 줄이는 기술로 모돈 700두 농가 기준 연간 생산비 742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 논 재배에 적합한 하계 풀사료 ‘사료피’ 생산 기반을 넓혀 사료 수급 안정화도 추진한다. 사료피는 수입 짚류 대비 생산비를 43% 절감할 수 있다. 로드셀 기반으로 사료빈 잔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변질을 방지하고 사료 허실량을 2~5% 줄이는 기술도 보급된다.
◇ 과학 영농으로 비료 사용량 줄인다
적정 시비를 실천하면 관행보다 질소비료 사용량을 15.6% 절감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토양환경정보 서비스 ‘흙토람’에 작물과 면적을 입력하면 필요 비료량을 신속히 확인할 수 있다. 흙토람은 246개 작물에 대해 토양 양분 함량과 작물 요구량을 반영해 적정 비료 사용량을 처방해준다.
가축분뇨 발효액 사용 확대를 위해 비료공정규격도 개정한다. 기존에는 질소·인산·칼리 합량이 0.3% 미만이면 살포가 불가능했지만, 앞으로는 0.2%까지 허용해 사용을 확대한다. 비료를 토양 깊숙이 투입해 질소 손실을 최소화하는 ‘깊이거름주기’ 기술도 보급한다. 이 기술은 질소비료를 20~25% 절감할 수 있으며, 벼는 44%, 옥수수 조사료는 25%까지 줄일 수 있다.
시설과채류 순환식 수경재배 기술은 배출되는 양액을 회수해 재사용하고, 살균 가열 에너지 효율을 높여 화학비료 30~40%, 농업용수 20~30%, 에너지 94%를 절감한다. 장미 재배 시 양액 농도를 동계 30%, 하계 10% 낮춰 투입하는 기술도 보급된다. 질소비료 저감 벼 품종 ‘신동진1’은 병저항성이 높아 타 품종 대비 비료와 농약 투입을 줄일 수 있으며, 질소비료 사용량을 22% 절감한다.
◇ 비닐 사용량도 줄인다
밭작물 중경배토를 활용한 무피복 재배 기술은 고구마·감자·콩 등에 적용할 수 있으며, 10a당 비닐 5롤(약 15만 원)을 절감한다. 다만 무피복 재배에 따른 잡초 방제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원형 곤포 사일리지 적정 비닐 감기 횟수 설정 기술은 저장 기간별로 단기 저장 6겹, 장기 저장 8겹으로 맞춰 비닐 사용량을 줄인다. 원형곤포 1개당 랩 비용을 40% 절감할 수 있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불확실한 국제 정세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농가 경영 안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현장 밀착형 생산비 절감 기술을 신속히 전파하겠다”며 “앞으로 신재생 에너지 활용 확대 등 장기적 관점에서 농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기술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