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남지역에서 흑염소 도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2개 육류도축업자가 도축비를 담합한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흑염소 가격과 직결된 도축 서비스 시장에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바로잡아 사육 농가와 유통업자의 피해를 막고, 소비자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적발된 업체는 전남 강진군에 소재한 가온축산과 전남 화순군의 녹색흑염소다. 이들은 2024년 5월부터 7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흑염소 도축비 인상을 합의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물가 상승으로 도축장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오르고 운영 수익이 악화되자,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 도축비를 안정적으로 인상하기 위해 서로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합의는 2024년 5월 20일 이뤄졌다. 두 업체는 흑염소를 도축한 뒤 가죽, 내장, 머리, 발 등을 제거한 몸통 무게(지육량)를 기준으로 구간별 도축비를 인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지육량 15kg 미만은 기존 35,000원에서 45,000원으로 10,000원(28.6%), 15kg 이상 45kg 미만은 45,000원에서 55,000원으로 10,000원(22.2%), 45kg 이상 60kg 미만은 55,000원에서 60,000원으로 5,000원(9.1%) 각각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2024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농가와 유통업자들이 도축비 인상에 거세게 반발하고, 공정위 조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두 업체는 전략을 수정했다. 2024년 6월 17일 두 번째 합의를 통해 가온축산만 1차 합의 금액에서 구간별로 200원씩 인하해 각자 다른 가격을 받는 외형을 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5kg 미만은 가온축산이 44,800원, 녹색흑염소가 45,000원을 받고, 15kg 이상 45kg 미만은 가온축산 54,800원, 녹색흑염소 55,000원, 45kg 이상 60kg 미만은 가온축산 59,800원, 녹색흑염소 60,000원으로 소폭 차이를 두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자 등 도축장 이용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녹색흑염소는 합의를 파기하기로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녹색흑염소는 2024년 8월 1일부터 도축비를 5,000원 인하해 15kg 미만은 40,000원, 15kg 이상 45kg 미만은 50,000원, 45kg 이상 60kg 미만은 55,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가온축산은 2차 합의 금액을 계속 유지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담합)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법조항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두 업체에 대해 향후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가온축산에 700만 원, 녹색흑염소에 500만 원으로 총 1,200만 원이다.
이번 사건은 흑염소 도축 서비스 시장에서의 담합을 적발하고 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흑염소 사육 농가와 유통업자는 도축 서비스의 소비자로서 담합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남 지역은 전국에서 흑염소 사육 두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2022년 말 기준 사육 두수는 10만 3,792두에 달한다. 전국 흑염소 사육 두수 42만 3,430두의 약 24.5%를 차지하는 규모다.
도축업의 특성상 사육 농가와 유통업자는 사육장과 가까운 도축장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장거리 이동 시 흑염소 품질 저하나 폐사 위험이 있고, 운송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거리 도축장 이용의 이점 때문에 사육업자와 유통업자는 인근 도축업자가 도축비를 인상하더라도 다른 지역 도축장을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2025년 기준 전국 흑염소 전용 도축장은 총 10개소이며, 이 중 전남에 2개소가 있다.
공정위는 담합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하고 다수의 경제주체에게 피해를 준다며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분야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는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가 흑염소 육류 가격 안정과 관련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