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6년 만에 간이과세 배제지역 기준을 전면 개정해 544개 지역에서 최대 4만 명의 영세사업자가 세부담을 덜게 됐다. 전통시장, 집단상가 등에서 상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기준을 대폭 정비해 7월부터 간이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는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발표된 8가지 세정지원 방안 중 하나다.
국세청은 4월 14일 소상공인연합회와의 세정지원 간담회에서 총 8가지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임광현 국세청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와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등이 참석해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발표된 방안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간이과세 배제지역 기준을 전면 손질한 것으로, 이는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대규모 정비다.
간이과세는 개인사업자의 직전 연도 매출액이 기준금액(1억 400만 원) 미만일 때 적용되는 제도다.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10%)보다 낮은 세율(1.5~4%)을 적용받고 1년에 한 번만 신고하면 되는 등 납세 의무가 간편하다. 하지만 국세청은 매출액을 고의로 누락해 간이과세를 적용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지역을 매년 '간이과세 배제 지역기준'으로 고시해 왔다. 문제는 최근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상권이 급격히 변했음에도 이 기준이 적시에 반영되지 않아 영세사업자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개정은 전통시장, 집단상가, 할인점, 호텔, 백화점 등 총 1,176개 배제지역 중 544개(46.3%)를 정비한 것이다. 유형별로 보면 전통시장 182곳 중 98곳(53.8%)이 배제에서 제외됐고, 집단상가·할인점은 728곳 중 317곳(43.5%), 호텔·백화점은 266곳 중 129곳(48.5%)이 조정됐다. 특히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비수도권 지역의 정비율이 높았다. 비수도권 전통시장은 82곳 중 57곳(69.5%)이, 비수도권 집단상가·할인점은 270곳 중 191곳(70.7%)이 배제지역에서 제외돼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세청은 이번 정비를 위해 유동인구, 상권 규모, 업황, 인근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현장 실태를 확인했다. 예를 들어 한 전통시장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형마트와 마주하고 있지만 매출 규모가 비슷한데도 전통시장만 배제지역으로 묶여 있어 차별이 발생했다. 또 다른 집단상가는 신흥 상권으로 지정돼 배제지역에 포함됐지만 이후 소비 위축으로 공실률과 폐업률이 증가해 상권이 쇠퇴한 점이 반영됐다. 호텔의 경우 관광객 감소로 이용객이 줄고 매출이 저조해 배제 기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치로 해당 지역에 있는 영세사업자 최대 4만 명이 7월 1일부터 간이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국세청은 5월 중으로 과세유형 전환 통지서를 발송하고 7월 초에 새로운 사업자등록증을 보낼 예정이다. 유형 전환 통지를 받았지만 일반과세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사업자는 6월 30일까지 홈택스나 손택스를 통해 간이과세 포기를 신고할 수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1~6월)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는 변경 전 과세유형인 일반과세로 해야 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간이과세 배제지역 정비 외에도 다양한 세정지원 방안이 함께 발표됐다. 우선 물가 안정에 기여한 소상공인(착한가격업소)에 대해 최대 2년간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하기로 했다. 대상은 행정안전부 등이 지정한 약 1만 2,040개 업소로, 유예를 원하는 납세자는 지정증서와 함께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또 플랫폼(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미정산 피해 사업자에 대해서는 피해 금액을 필요경비로 인정해 소득세 부담을 줄여주고 납부 기한도 연장하기로 했다.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환급금도 조기에 지급한다. 영세·수출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세 조기 환급은 6일 앞당겨 5월 6일까지 지급하고, 종합소득세 환급은 6월 8일부터 시작된다. 근로·자녀장려금은 법정 기한(10월 1일)보다 한 달 이상 빠른 8월 27일에 지급할 예정이다. 납세자 세금신고 지원사업도 확대돼 비수도권 8개 세무서에 상담 인력이 추가 배치된다.
국세청은 이번 정책이 영세사업자의 세부담을 완화하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현장 소통을 통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세심히 살피고 민생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