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이 수수 유전자원 1,000계통의 유전형 분석 데이터를 민간과 학계에 공개했다. 이 데이터는 초고성능컴퓨터 나비스(NABIS) 2호기로 분석한 정밀한 유전정보로, 기존 육종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수수는 단위 면적당 바이오매스 생산량이 많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이다. 줄기의 당분과 알갱이의 전분을 활용해 바이오에탄올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육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육종 방식은 작물을 직접 재배해 형질을 확인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한 번의 육종 주기에 수년이 소요될 정도로 비효율적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유전형 분석 데이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다. 씨앗 단계에서도 유전정보만으로 가뭄에 강하거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우수 개체를 미리 골라낼 수 있는 '정밀 설계도' 역할을 한다. 이 데이터는 수수 유전자원 1,000계통에 대한 방대한 유전형 정보를 담고 있으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슈퍼컴퓨팅센터가 나비스 2호기의 초고성능 연산 기능을 활용해 정밀 분석했다. 데이터 용량이 방대해 공식 요청 절차를 통해 제공되며, 연구자와 기업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이 데이터의 핵심은 유전정보(유전형)와 실제 재배 특성(표현형)을 정밀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수가 다 자라지 않아도 씨앗의 유전정보만으로 가뭄 저항성이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개체를 선별할 수 있어, 육종 과정의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민간 종자 기업과 연구소의 육종 기간이 단축되고, 효율성도 획기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이번 데이터 공개의 또 다른 특징은 협력 모형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충남대학교 등 학계는 에너지 생산용 수수 육종을 위한 유전형 데이터를 무상 제공받아 연구 효율을 높이고 있다. 슈퍼컴퓨팅센터는 민간 육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유전형 정보와 재배 데이터를 결합하고 분석을 지원한다. 연구 주체들이 분석 결과물을 다시 국가 데이터로 환류하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농촌진흥청은 기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 제공을 넘어, 연구 주체들이 국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간 수수 육종이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해 더딘 발전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밀 유전형 데이터 공개는 육종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 슈퍼컴퓨팅센터 이태호 센터장은 "정밀 유전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민간의 육종 기간을 단축하고, 유전형과 표현형을 정밀하게 연결해 육종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농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데이터를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데이터 공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인 수수 연구 기반을 강화하고, 데이터 기반 농업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육종 효율성 향상으로 품종 개발 기간이 단축되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한 신품종 출시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 현장의 기대도 크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국가 빅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를 확대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며, 현장 의견을 수렴해 추가적인 유전자원 분석도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