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판매되는 정량표시상품 4개 중 1개는 실제 내용량이 표시된 양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해 실시한 시판품 조사 결과, 조사 대상 1,002개 상품 중 251개(25.1%)의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량표시상품은 화장지, 과자, 우유 등 포장에 길이·질량·부피를 표시한 제품으로, '계량에 관한 법률'은 실제 내용량이 표시량보다 일정 범위(법적 허용오차) 이상 적게 포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법적 허용오차를 초과한 상품은 28개(2.8%)로 전반적인 법적 기준은 준수되고 있었지만,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보다 적은 상품이 4분의 1에 달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일부 제조업자가 법적 허용오차 범위 내에서 내용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제도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500g으로 표시된 제품의 경우 법적 허용오차가 15g이라면 485g까지만 채워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이 틈을 이용해 평균적으로 표시량보다 적게 포장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음료류 및 주류의 평균량 부족 비율이 44.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콩류 36.8%, 우유 32.4%, 간장 및 식초 31.0%, 과자류 및 빵류 27.5%, 합성세제 27.3% 순으로 나타났다. 법적 허용오차를 초과한 상품 비율은 냉동수산물이 9.0%로 가장 높았고, 해조류 7.7%, 간장·식초 7.1%, 위생·생활용품 5.7%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대형마트, 지역마트, 온라인몰에서 직접 구매한 상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쌀·라면·우유 등 취약계층 영향이 큰 기초생활물품, 유가공품·음료·간편식·화장지 등 소비자 밀접 상품, 조미료·주류·유기농 식품 등 용량 대비 고가 상품, 냉동수산물 등 정량 관리가 까다로운 상품 등 4개 유형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평균량 기준' 도입을 포함한 계량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법적 허용오차만 준수하면 되지만, 개정안은 법적 허용오차와 함께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 이상이 되도록 하는 기준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즉, 개별 제품이 허용오차 범위를 넘지 않더라도 전체 평균이 표시량보다 적으면 규제 대상이 된다.
또한 정량표시상품 시장 규모가 약 400조 원에 달하는 데 비해 연간 조사 물량이 약 1,000개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시판품 조사 규모를 연간 1만 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중국은 2023년 약 2만 8,000개, 독일은 약 6만 개, 일본은 2024년 약 16만 개를 조사하고 있어 국내 조사 규모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김대자 원장은 "정량표시상품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라며 "평균량 개념 도입과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생활 필수품의 내용량이 정확하게 유지되도록 하여 민생안정에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