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실 여성이 유일하게 종묘에서 공식 의례에 참여했던 '묘현례'가 300여 년 만에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오는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종묘 묘현례'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묘현례는 혼례를 마친 왕비나 왕세자빈이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진 종묘에 인사를 드리는 의식으로, 조선시대 국가의례 중 여성이 종묘에서 직접 참여한 유일한 행사였다. 이 의례는 왕실 여성의 삶과 위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창작 뮤지컬 '묘현, 왕후의 기록'이다. 이 작품은 1703년(숙종 29년) 숙종의 세 번째 왕비인 인원왕후가 묘현례를 치르는 과정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뮤지컬은 국가의 엄격한 예법과 개인적인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왕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특히 왕비가 된 딸을 예전처럼 대하지 못하게 된 아버지 김주신과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아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은 행사 기간 중 영녕전에서 오후 1시와 오후 4시, 하루 두 차례 진행된다. 회당 350명(하루 700명)이 관람 가능하며, 온라인 사전예매(200명)와 현장 접수(150명)로 운영된다. 사전 예매는 오는 14일 오후 2시부터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에서 선착순으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무료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장애인과 외국인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첨단 기술도 도입된다. 지능형(스마트) 안경이 한국어용 10대, 영어용 30대 준비되어, 공연 중 안경을 착용하면 대사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이를 통해 청각 장애인은 물론 외국인 관람객도 공연의 흐름을 끊김 없이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뮤지컬 외에도 체험형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영녕전 악공청(악공청은 종묘제례에서 음악을 담당하던 악공과 무용수들이 대기하던 장소)에서는 '세자·세자빈이 되어 사진 찍기' 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전통 대례복을 직접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행사 기간 중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현장에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선착순 200명에게는 즉석 인화 사진이 추가로 제공된다.
이번 '종묘 묘현례' 행사는 더 큰 축제의 일부다. 4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이어지는 종묘주간에는 묘현례 외에도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제례악을 야간에 감상할 수 있는 '종묘제례악 야간공연'(4월 28일~30일)과 조선과 대한제국의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례를 봉행하는 '종묘대제'(5월 3일)가 각각 예정되어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은 앞으로도 전통문화를 살린 다양한 활용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여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국가유산을 더 가깝게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사항은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누리집(royal.khs.go.kr) 또는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www.kh.or.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전화 상담은 궁능 활용 프로그램 전화상담실(☎ 1522-2295)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