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종자은행에 약 20년간 저장된 야생식물 종자의 발아력을 확인한 결과, 다수 종에서 발아 능력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자생식물 336종을 포함한 총 368종 639점의 종자를 대상으로 장기 저장 종자의 발아력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분석 결과, 자생식물 202종 350점에서 발아율이 60% 이상이거나 저장 초기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만병초, 섬초롱꽃, 홍도까치수염, 자주꽃방망이, 선백미꽃 등 일부 희귀식물 종자도 20년 저장 이후 발아가 확인돼 주목된다. 이는 장기 보전된 종자가 단순한 저장을 넘어 실제 활용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립수목원 종자은행은 야생식물 유전자원의 장기 보전을 위해 종자를 건조한 후 영하 18도의 저온 조건에서 저장하고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난 종자를 대상으로 발아 시험 등 활력 검정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종자의 생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종자은행에 보전된 야생식물 종자를 대상으로 약 20년 경과 시점에서 발아력을 확인한 국내 최초 사례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농업 분야에서 벼, 보리 등 작물 종자를 대상으로 약 10년 단위로 발아율을 확인하거나, 소나무, 낙엽송 등 일부 수목 종자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영하 18도 조건에서 20년 이상 장기 저장된 야생식물 종자에 대해 이처럼 많은 종을 대상으로 발아력을 실증한 사례는 없었다.
국외에서는 호주 등에서 장기 저장된 종자를 대상으로 발아력을 확인하고 종자의 저장성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장기 보전 종자의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립수목원은 앞으로 저장 기간이 20년에 도달하는 종자 자원을 대상으로 매년 단계적으로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기 보전 종자의 활력 변화 데이터를 축적하고, 야생식물 유전자원 관리의 과학성과 안정성을 높여 장기 보전 관리 역량을 향상시켜 나갈 예정이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장기 저장된 야생식물 종자가 실제로 발아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앞으로 30년, 50년을 내다보는 장기 보전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가 유전자원 관리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종자은행 보전이 단순한 저장을 넘어 향후 종자 증식과 생태 복원 등 실제 활용이 가능한 보전 수단임을 보여준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유전자원 관리 기반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