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근의 보험맹 탈출하기 삭센다·위절제술에도 보험금 ‘0원’… 비만 치료의 함정
실손보험 가입자 B씨는 병원에서 비만 진단을 받고 위소매절제술을 받았다. 위소매절제술은 음식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위를 관 형태로 만들어 주는 수술로 위축소 수술이라고도 불린다. B씨는 고지혈증도 함께 진단받아 부상병으로 기재됐으며, 상당한 비용이 든 수술이었던 만큼 당연히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보험회사의 답변은 단호했다. 비만은 약관상 보상하는 손해가 아니므로 해당 시술 비용을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B씨는 고지혈증도 있었는데 왜 보상을 안 하냐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주된 진단명이 비만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 C씨는 병원에서 고혈당증 진단을 받고 식욕 억제를 돕는 주사제 ‘삭센다’를 처방받았다. 최근 다이어트 약으로 인기가 높아 많은 사람들이 처방받고 있는 약제로, C씨는 고혈당증 치료를 위해 처방받았으니 당연히 보험 처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관련 약제비용이 전액 비급여로 청구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사용한 것으로 보아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했다. C씨는 고혈당증이라는 명확한 진단이 있었는데도 보험금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실손보험 약관 때문이다. 대부분의 실손보험 약관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따른 비만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로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에 해당하는 치료도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보건복지부 고시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비만에 대한 진료는 비급여 대상이다. 다만 비만과 관련된 고혈압, 당뇨병 등 합병증에 대한 진료, 비만 수술 및 이와 관련된 진료는 요양급여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치료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만약 비만 그 자체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보험 적용이 안 되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고 그 과정에서 위소매절제술이나 관련 약제를 사용한다면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본인이 부담한 금액에 대해서는 실손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B씨의 경우 고지혈증이라는 질환이 있었지만 주된 진단이 비만이었기 때문에 보상받지 못했다. C씨도 고혈당증 진단이 있었지만 전액 비급여로 청구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는 체중 감량 목적으로 판단돼 보상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비만 관련 치료를 받기 전에 실손보험 약관을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실손보험은 비만 치료 자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아야 한다.
둘째, 치료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실손보험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보상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진료기록에 치료 목적이 명확히 기재되어야 한다.
셋째,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비급여로 처리되면 실손보험 보상도 어려워지는 만큼, 치료를 받기 전에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지 병원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넷째, 비만 치료 비용은 상당하므로 보험 보상을 기대하고 치료를 시작하기보다는 본인 부담으로 진행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받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비만은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질환이지만 보험의 관점에서는 미용이나 체중 관리 차원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받기 전에 보험 적용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고, 보험금을 기대하기보다는 건강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