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국제투자분쟁(ISDS) 예방을 위한 현장 중심의 가이드라인을 대폭 보강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국제투자분쟁 진단과 예방을 위한 ISDS 체크리스트' 초판을 보완한 개정판을 최근 내놓았다. 이번 개정판은 정부가 그동안 축적한 국제투자분쟁 대응 경험을 체계적으로 반영해 실용성을 한층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국제투자분쟁은 외국인 투자자가 정부의 정책이나 조치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국제중재를 신청하는 제도다. 최근 우리 정부는 '론스타 펀드', '엘리엇', '쉰들러' 등 굵직한 국제투자분쟁 사건에서 잇따라 승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얻기까지 막대한 인력과 비용, 시간이 투입되는 등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법무부는 이 과정에서 정책을 시행할 때 분쟁 발생 소지를 미리 차단하는 예방 활동이 사후 대응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번 개정판은 바로 그 교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기존 초판에 축적된 대응·예방 경험을 더하고, 실제 외국인 투자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 보다 쉽고 체계적으로 위험 요인을 점검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국제투자분쟁에 익숙하지 않은 담당자들도 구조와 위험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서두에 주요 개념 설명을 보강했다. 체크리스트 문항도 명료하게 정비하고 체계화했으며, 투자협정의 적용 여부와 위반 여부를 순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실제 협정문을 예시로 제공하고, 론스타·엘리엇·쉰들러 사건을 비롯한 최신 판정례와 국제투자분쟁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함께 실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발간사를 통해 "외국인투자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 제도·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ISDS 발생 위험을 조기에 식별하고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이번 개정판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판이 국제투자분쟁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체크리스트 주요 개정 사항을 살펴보면, 먼저 ISDS 개념 자체를 모르는 담당자도 쉽게 진단을 시작할 수 있도록 서두에 주요 개념 설명을 추가했다. 투자협정 적용 여부(투자자, 국가 귀속성, 적용 투자협정, 투자), 투자협정 위반 여부(내국민 대우·최혜국 대우·공정하고 공평한 대우)와 관련된 문항을 항목별로 정리해 이용자가 ISDS 위험을 체계적으로 진단할 수 있게 했다. 체크리스트 본문에는 ISDS 주요 개념과 원칙, 예방 필요성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으며, 담당 정책·사업과 관련된 협정과 구체적 조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예시 협정과 조항을 소개했다. 최신 판정례와 국제투자분쟁 경향을 분석한 자료도 보강해 실무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판을 외국인 투자 관련 정책 담당자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동안 쌓아온 국제투자분쟁 진단·예방·대응 노하우를 종합해 세계를 선도하는 'K-ISDS 예방 및 대응 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제투자분쟁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지만, 단 한 건의 분쟁도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체크리스트 개정판이 정책 현장에서 실질적인 예방 도구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