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해 제출한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제출 10일 만에 여야 합의를 거쳐 확정됐다. 최종 규모는 정부안과 같은 26조2000억원으로,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하는 방식으로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활용했다.
이번 추경예산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투자 여력이 남아 있는 정책펀드와 융자, 보증기관 출연 등에서 6000억원을 감액하고, 이를 대중교통 활성화, 나프타 수급 안정, 농어민 부담 완화 등에 증액했다. 이에 따라 2026년 총지출은 753조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으며,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3.8%, 국가채무비율은 50.6%로 정부안 수준을 유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중교통 지원 강화다. 기존 K-패스를 개편한 '모두의 카드'가 도입돼 정액형 상품 가격을 절반 이상 인하한 '3만원 반값패스'가 출시된다. 일반형은 6만2000원에서 3만원으로, 청년·2자녀 가구·어르신은 5만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3자녀 가구와 저소득층은 각각 2만2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또한 기본형은 시차출퇴근 시간대에 추가 환급 30%포인트를 적용해 이용객 분산을 유도한다. 이번 조치는 4월 대중교통 이용분부터 소급 적용돼 5월 중 환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업·임업 종사자와 연안 운송업계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됐다. 농업인이 주로 사용하는 트랙터, 경운기, 콤바인 등 농기계 3종에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이 한시적으로 신설돼 529억원이 투입된다. 어업인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금 한도는 94억원 상향되고, 어선 운영 어업인을 위한 저금리 정책자금 330억원이 추가됐다. 임업 종사자도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됐으며, 고유가로 손실을 본 연안여객항로 지원도 68억원 확대된다.
석유화학과 농업 분야의 공급망 안정에도 힘이 실렸다. 나프타 수입 지원 물량을 213만톤에서 261만톤으로 늘리고, 지원 단가를 톤당 304달러에서 344달러로 상향했다. 기초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도 지원 대상을 추가해 석유화학제품 공급 차질을 막는다. 무기질비료 구매비 지원 단가는 톤당 18만원에서 24만원으로 한시 상향됐으며, 축산사료 원료 구매비용 저금리 대출 500억원도 신설됐다.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분야 지원도 늘었다. 아파트 베란다용 가정용 태양광 설치 시 국비 보조율을 5~15%포인트 상향해 자부담을 25%에서 20%로 낮췄다. 전기승용차 보급 대수도 26만대에서 28만대로 2만대 추가하고, 재생원료를 사용한 친환경 종량제봉투 제작 설비 지원 138억원도 신규 편성했다. 고유가로 타격을 받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인구감소지역 여행 경비를 절반 환급하는 '지역사랑 반값휴가' 대상도 20만명에서 30만명으로 확대했다.
국민 안전과 취약계층 지원도 강화됐다. 중동 지역 고위험 공관에 방탄모·방탄복 등 안전장비 구입비 12억원, 재외국민 구호 지원 5억원, 호르무즈 해협 억류 선박 보험할증료 지원 14억원이 새로 반영됐다. 발달장애인 대상 주간 및 청소년 방과후 활동 서비스도 2만6500명에서 2만8500명으로 확대돼 212억원이 추가됐다.
이번 추경예산의 감액분은 6000억원으로, 미투자금과 회수금 등 기존 예산을 활용해 투자가 가능한 펀드·융자 사업에서 3000억원, 보증기관 출연금 축소에서 1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하는 원칙을 지켜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활용, 국채와 외환 시장 영향을 최소화했다.
정부는 확정된 예산을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할 계획이다. 4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예산배정계획안을 의결한 후 기획예산처 차관 주재 재정집행점검회의를 열어 신속 집행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고 즉시 집행 작업에 돌입한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4월 중 기초·차상위 가구를 대상으로 1차 지급하고, 소득 하위 70% 대상 2차 지급도 관계부처 TF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 추진한다.
이번 추경예산은 정부안 제출 후 10일 만에 국회에서 의결·확정되면서 최근 20년 내 가장 신속한 처리 기록을 세웠다. 정부안 편성까지 포함한 전체 소요 기간은 29일로, 2006년 1회 추경이 공식화 이후 21일 만에 통과된 것보다는 길지만 국회 심의 자체는 역대 최단 기간이다. 정부는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여야의 공감대가 빠른 처리에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