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지식재산(IP) 정책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위원장 이광형, 이하 지재위)는 4월 10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6년도 제2차 지식재산 정책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는 지식재산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대법원, 특허법원, 대한변리사회, 한국지식재산협회,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등 각 분야 전문가 30여 명이 참석해 네 가지 핵심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첫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조선대학교 한지영 교수(지재위 민간위원)는 최근 지식재산 관련 3대 법안의 주요 쟁점과 동향을 소개했다. 해당 법안은 지식재산 민사소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관할집중 법안, 직무발명보상금의 비과세·분리과세 확대 법안,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한국형 디스커버리 법안이다.
한 교수는 특히 지재위의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 전문성 제고 특별전문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안을 바탕으로 발의된 지식재산 소송 관할집중 법안(민사소송법, 법원조직법, 민사집행법,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집중 조명했다. 관할집중이란 특정 유형의 소송을 전문성이 있는 일부 법원에서 전담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번 법안은 특허권뿐만 아니라 부정경쟁행위, 영업비밀, 산업기술유출, 반도체배치설계권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민사 본안뿐 아니라 형사 사건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교수는 "주요국은 기술 유출과 침해를 막기 위해 지식재산 소송 관할집중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은 특허권 등 관련 사건의 항소심을 연방순회항소법원으로, 영업비밀 관련 사건을 연방법원으로 관할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2005년 지적재산고등재판소를 설립해 지식재산 사건의 2심을 전담하게 했으며, EU는 2023년 6월 통합특허법원(UPC)을 출범시켜 특허 침해 관련 민사·가처분소송의 관할을 집중했다. 그는 "해당 법안들은 여야 간 쟁점이 없고 법원행정처에서도 이견이 없는 만큼, 첨단기술 보호 강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에서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이혜진 판사(고등법원 판사)가 국제 분쟁 해결을 위한 새로운 사업 모형을 제안했다. 이 판사는 뉴욕 중재 협약과 싱가포르 조정 협약 등 국제 중재·조정의 흐름을 분석하고, 특허법원의 RIMOWA·Merck 사건에서 외국어 재판과 국제영상재판 시스템을 활용한 국제 분쟁 해결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 법률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국제적 분쟁 해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가천대학교 최경진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인공지능 학습자료의 공정 이용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최 교수는 인공지능 학습자료를 둘러싼 국내외 저작권 분쟁 사례와 AI의 텍스트데이터마이닝(TDM) 면책규정 도입 경과, 정책 조정 과정, 국가 차원의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셋 구축 논의를 소개했다. TDM은 대규모 자료에서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정보를 분석하고 추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최 교수는 "한국이 인공지능 3강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자료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저작권과 개인정보 쟁점을 일괄 해결하기 위한 '일몰제 자료혁신 특례법' 제정을 제안했다. 일몰제는 법률의 효력에 일정한 기한을 두는 제도로, 특례법을 한시적으로 운영해 신속한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자는 취지다.
마지막 주제로 세종대학교 최승재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의 저작권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최 교수는 AI 학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검토하고, 법적 공정이용 판단을 위한 4대 기준과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를 소개했다. 안내서 집필위원이기도 한 최 교수는 "안내서는 저작권 보호와 기술 혁신의 균형을 통해 AI 산업의 안정적 발전과 합리적인 저작물 이용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이용 판단의 4대 기준은 △개별 사안의 이용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저작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저작물 이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최 교수는 "AI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저작권자가 창작의 동기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광형 위원장은 "인공지능 시대에 지식재산 정책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이번 공개 토론회를 통해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