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최근 은 국제 시세가 급등하면서 탈세와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되는 은 밀수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집중단속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2025년 초 트로이온스(31.1g)당 30달러 수준이던 은 값은 2026년 초 114.88달러까지 치솟으며 1년 만에 232% 상승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금보다 저렴한 은에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로, 시세 차익을 노린 밀수 유인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관세청이 발표한 은 밀수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적발 건수는 14건, 금액은 45억 61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적발 금액(16억 9300만 원)의 2.7배를 넘는 수치로, 2023년(1건·200만 원), 2024년(3건·7억 6700만 원)과 비교해도 폭발적인 증가세다.
은 밀수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여행자가 해외에서 구입한 은을 인천공항 등으로 입국하면서 가방에 은닉해 들여오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특송화물을 이용해 은 제품을 목걸이, 반지 등 개인용품으로 위장해 밀수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적발 사례를 보면, 올해 3월 인천공항세관은 홍콩에서 입국한 여행자의 가방에서 은 그래뉼(작은 알갱이 형태의 은) 20kg을 적발했다. 수사를 확대한 결과 이들은 은 그래뉼을 5kg 단위로 소포장해 1회 입국 때 20kg씩, 총 30회에 걸쳐 567kg(시가 34억 원)을 밀수한 일당 9명이 검거됐다. 주범은 관세법 위반으로 구속 송치됐고, 나머지 8명도 모두 검찰에 넘겨졌다. 특히 주범은 불법 반출한 외화나 가상자산으로 홍콩에서 은 그래뉼을 산 뒤 해외여행 경험이 적은 50∼70대 중·노년층을 운반책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에서 김해공항으로 입국한 여행자가 수하물에 숨긴 은 기념주화 125개(시가 2500만 원)가 엑스선 검색에 적발됐다.
특송화물을 이용한 밀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세관은 중국에서 반입된 특송화물을 검사하던 중 금속부품으로 허위 신고하고 실제로는 은으로 제작된 액세서리 20만여 점(시가 12억 원)을 밀수하려던 업자를 적발했다. 세관 수사팀은 이 업자의 과거 반입 이력을 추적해 수사를 확대, 품명과 수량·가격을 낮춰 신고한 전모를 밝혀내고 관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 달 또 다른 특송화물에서 은 제품 6277점(시가 3200만 원)을 개인용품으로 위장해 밀수한 유통업자도 적발됐다.
관세청은 밀수된 은이 무자료 거래를 통한 탈세나 불법 자금 세탁의 2차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보고 대응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은 국제 시세가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여행자 휴대품과 특송·우편 화물에 대한 밀수 정보 수집·분석을 강화하고, 엑스선 정밀 검색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밀수된 은이 탈세와 범죄자금 세탁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적 악영향을 초래한다”며 “밀수와 연계된 유통망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추적·환수해 범죄조직을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 국민이 밀수범죄 조직에 속아 단순 운반책으로 가담하는 경우 관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밀수 관련 정보를 알게 되면 관세청 밀수신고센터(전화 125)로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밀수 신고 포상금은 최대 3억 원이다. 보도자료에 공개된 혐의 내용은 재판을 통해 사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