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최근 은 국제 시세가 급등하면서 탈세와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되는 은 밀수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고강도 집중단속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은 국제 시세는 2025년 초 트로이온스(31.1g)당 30달러 수준이었으나, 2026년 초에는 114.88달러까지 치솟으며 전년 대비 232%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에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로 분석된다.
시세 상승에 따라 은 밀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범죄수익도 함께 커졌다. 은 수입 시 부과되는 관세(3%)와 부가가치세(10%)를 포탈할 수 있어 범죄 유인이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관세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은 밀수 적발 실적은 이미 2025년 전체 실적을 크게 웃돌았다.
2026년 1분기 은 밀수 적발 건수는 14건, 금액은 45억 6,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적발된 10건, 16억 9,300만 원과 비교해 건수는 1.4배, 금액은 약 2.7배 증가한 수치다. 2023년에는 1건에 2백만 원, 2024년에는 3건에 7억 6,700만 원이 적발된 것과 비교하면 밀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양상이다.
관세청이 적발한 주요 밀수 수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여행자가 해외에서 구입한 은을 인천공항 등을 통해 입국하면서 휴대 밀반입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은 제품을 특송화물로 위장해 목걸이, 반지 등 개인용품인 것처럼 꾸며 밀수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천공항세관은 지난 3월 은 그래뉼을 5kg 단위로 소포장해 여행용 가방에 은닉한 후 1회 입국 시 20kg씩 총 30회에 걸쳐 567kg(시가 34억 원)을 밀수한 일당 9명을 검거했다. 주범은 관세법 위반으로 구속 송치됐고, 나머지 공범 8명도 모두 검찰에 넘겨졌다. 특히 주범은 불법 반출한 외화나 가상자산으로 홍콩에서 은 그래뉼을 구입한 뒤, 해외여행 경험이 적은 50~70대 중·노년층을 운반책으로 끌어들여 밀수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 2월부터 3월 사이 홍콩에서 입국한 여행자들이 밀수하려던 은 그래뉼 170kg이 추가로 적발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에서 김해공항으로 입국한 여행자가 수하물에 은닉한 은 기념주화 125개(시가 2,500만 원)가 엑스선 검색을 통해 적발되기도 했다.
특송화물을 이용한 밀수 사례도 적발됐다.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세관은 국내 판매 목적의 은 액세서리 20만여 점(시가 12억 원)을 개인 사용 물품으로 위장한 후 특송화물로 밀수한 업자를 검거했다. 이 업자는 세관에 금속부품으로 거짓 신고하거나 실제 수량과 가격보다 훨씬 낮게 신고해 정식 수입신고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달 또 다른 은 액세서리 유통업자가 은 제품 6,277점(시가 3,200만 원)을 같은 수법으로 밀수하다 적발됐다.
관세청은 밀수된 은이 무자료 거래를 통한 탈세나 불법 자금 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은 밀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집중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은 국제 시세가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여행자 휴대품과 특송·우편 화물에 대한 밀수 정보 수집·분석과 물품 개장검사를 강화하고, 엑스선 정밀 검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밀수된 은이 무자료 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세하거나 범죄자금을 세탁하는 2차 범죄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적 악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에 은 밀수 범죄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 밀수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밀수와 연계된 유통망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범행에 따른 범죄수익을 철저히 추적·환수하는 등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범죄조직을 척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반 국민이 밀수범죄 조직에 속아 단순 운반책으로 가담하는 경우 관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밀수 관련 내용을 알게 된 경우 관세청 밀수신고센터(전화 125)로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밀수 신고자에게는 최대 3억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