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추진단(단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겸임)은 4월 8일 오후 2시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안정적 정착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3월부터 이어져 온 다섯 번째 검찰개혁 주요 쟁점 토론회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원칙 아래 보완수사요구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와 구조 설계를 살펴보고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안정적 정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변호사가 좌장을 맡았으며, 두 가지 주제 발제와 패널 토론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는 박용철 교수(검사의 수사 관여 정도에 대한 정당성과 효율성 검토), 두 번째 발제는 이국운 교수(검찰개혁 3라운드에 대한 견해)가 맡았다. 패널로는 손병호 변호사, 박재평 교수, 이은의 변호사, 유승익 교수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국민의 권익 보호가 검찰개혁을 통해 달성해야 할 최우선 가치이며, 이를 위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특히 보완수사요구권의 개선 방안과 형사사법체계 전반의 개선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보완수사요구권 개선 방안과 관련해 박용철 교수는 보완수사가 원칙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현행 제도에서 수사기관이 보완수사요구를 거부하거나 무기한 지연시킬 경우 이를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현행 수사준칙 59조를 개정해 보완수사요구의 경우를 더욱 정교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국운 교수는 원칙적으로 공소청 검사에게는 보완수사요구권만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면서, 수사기관의 효과적인 운용을 통해 대처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사기관의 수사관을 공소청에 파견해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에 즉각 응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손병호 변호사는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의 경우 선거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 전에 의무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도록 하는 현행 수사준칙을 확대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수사관 평가에 있어 송치사건의 기소 여부와 유죄 판결 여부를 평가지표에 반영하면 검사와의 실질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술적으로는 보완수사요구 과정에서 수사지연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형사사법포털(KICS)을 통해 기록을 주고받거나 메신저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등 형사절차 전자화가 신속히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평적 협력 모델로 영국의 국가범죄수사국(NCA)이나 왕립검찰청(CPS)처럼 중대사건 수사 초기부터 검사와 경찰이 수사 방향과 증거 수집 등을 논의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경찰서와 지방중수청에 공소청 소속 당직 검사를 상설 배치해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유승익 교수도 보완수사요구권만으로 충분하다는 전제 아래, 검사가 직접 대면해 수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영상녹화, 음성녹음 등 여러 기술적 수단을 제시했다. 그는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구속사건의 경우 경찰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 둘째,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경찰의 수사인력과 예산을 보강하는 방안, 셋째, 증거 멸실 위험이 있는 경우 수사현장에서 수사기관이 긴급한 적법 처분을 하는 방안, 넷째, 고도화된 기술범죄와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에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를 보강하는 방안을 각각 제시했다. 또한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거나 지연이 발생하면, 보완수사요구 이행을 강제하거나 기간을 설정하는 방안, 직무배제 요구 등 통제수단의 실질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타 형사사법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이국운 교수는 검찰개혁의 다음 단계로 수사절차 규칙 전반을 법제화하는 수사절차법 제정 논의가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에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피의자 변호인, 피해자, 피해자 변호인, 참고인, 각종 인권 조직 등 이해관계인들에게도 일정한 역할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민주화 시대에 어울리는 별도의 정보기구를 창설하거나 시민 안전부와 같은 부처를 신설하는 등 정보 경찰에 대한 효과적인 민주적 통제 시스템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치분권 강화 차원에서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자치경찰에게 사법 경찰권을 부여하고,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정착되는 대로 기소 배심제도나 검사(장) 주민직선제를 시범 운영하는 등 공소청 검사의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병호 변호사는 수사기관 간 관할권 갈등 조정을 위해 독립적인 국가 형사사법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최종적인 유권해석을 하고, 공소청과 수사기관 사이의 이견을 최종 중재하며 검사의 처분에 대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소유지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안으로는 기소를 결정한 검사가 공판 과정 전체를 책임지는 사건 전담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관예우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중수청의 수사단계와 공소청의 기소 여부 결정 과정에 걸쳐 변호인 선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숙의를 거듭해 국민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앞으로도 사회대개혁 위원회와 함께하는 4월 15일 시민 대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