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이 대형 차량과 보행자 간 접촉사고와 관련해 시설 관리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업계에 법적 선례로 주목받고 있다. 사고 발생 지점은 작업 현장에서 약 2.2km 떨어진 공장 정문 앞이었으나, 법원은 이동 경로가 도급업무의 일부인 ‘중량표 제출’이라는 절차와 연결된다는 점을 근거로 관리 책임을 인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치료비 선지급 후 대위권을 행사해 소송의 원고로 나섰으며, 재판부는 피해자의 업무 동선을 ‘기능적 작업장’의 일부로 판단했다.

사고 장소는 하루 200대 이상 차량이 오가는 고위험 구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회사는 단 한 명의 보안 요원만 배치한 상태였다. 물리적 안전 장치인 신호등이나 감속 장치도 없었고, 이에 법원은 시설 관리자의 주의 의무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차량의 우회전과 보행자의 주의 미흡에 있었지만, 그 배후에 존재하는 구조적 위험을 방치한 점에서 관리 주체의 책임을 30%로 배정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물리적 위치를 넘어 ‘업무적 연결성’과 ‘실질적 위험 통제 가능성’을 책임 기준으로 삼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규모 산업시설 내에서 작업자 이동 경로 전체가 안전 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기존의 ‘작업장 경계’라는 제한적 해석을 넘어서는 법리적 확장을 보여줬다. 특히 도급 관계에서 발주사가 갖는 안전 책임의 범위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판결이 산업재해 관련 보장 범위와 책임 소재 판단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사고의 지리적 위치보다는 업무 수행의 실질적 흐름과 시설 관리자의 위험 통제 능력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고위험 산업 시설을 운영하는 기업의 책임 보험 수요와 보험 리스크 평가 기준에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2.2km’라는 거리보다 ‘업무 동선의 필수성’을 우선시한 것은 현대 산업 현장의 복잡성을 반영한 해석으로 평가된다. 위험을 창출하는 시설을 운영하는 주체는 그 위험의 직접 성과는 무관하게 통제 의무를 지는 방향으로 법리가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