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로 인해 단절된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를 다시 연결해 주는 생태통로가 최근 조사에서 뚜렷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이 2026년 4월 8일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 18곳의 생태통로에서 야생동물 이용이 꾸준히 늘고,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는 크게 줄었다.
생태통로는 도로와 개발지 등으로 끊어진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를 다시 연결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1998년 지리산을 지나는 지방도 861호에 최초로 터널형 생태통로가 설치된 이후, 현재까지 터널형 9곳, 육교형 9곳 등 총 18곳의 생태통로가 국립공원 내에 운영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이들 생태통로 주변에 유도울타리와 안내표지판 등 연계 시설도 함께 설치하여 야생동물의 안전한 이동과 서식지 연결성 회복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국립공원공단 소속 국립공원연구원이 이들 생태통로를 분석한 결과, 생태통로는 설치 초기에서 정착 단계로 갈수록 연평균 이용 개체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 초기(0~3년)에는 연간 평균 522개체가 이용했지만, 정착 단계(8년 이후)에는 675개체로 약 30% 증가했다. 육교형과 터널형 생태통로 모두에서 이용 개체 수가 증가했으며, 설치 후 약 5.2년을 기점으로 야생동물의 이용 형태가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야생동물이 생태통로를 새로운 이동 경로로 인식하고 적응하는 데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태통로는 동물 찻길 사고를 줄이는 데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설치 후 5년이 경과한 15곳의 생태통로를 분석한 결과, 연간 동물 찻길 사고가 설치 전에 비해 평균 약 18% 감소했다. 특히 2013년 오대산 월정사 진입로에 설치된 터널형 생태통로는 설치 전에 비해 동물 찻길 사고가 87.3% 감소해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생태통로 반경 1km 내에서 로드킬이 평균 6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설치 후 경과 연수가 늘어날수록 매년 약 3.9%씩 추가로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생태통로가 단절된 서식지를 연결해 야생동물의 이동을 돕고, 동물 찻길 사고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생태통로가 단순한 이동 통로를 넘어 생태계 건강성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통로는 야생동물 개체군 간 유전자 교류를 촉진해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하고, 결과적으로 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보전 생물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 단절된 서식지를 연결함으로써 야생동물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앞으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동물 찻길 사고 발생 유형과 야생동물 서식지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입지를 선정해 월악산, 태백산 등 도로로 인해 서식지가 단절된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생태통로와 사고 저감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 국립공원 내 18곳의 생태통로는 지리산 시암재 터널형, 설악산 한계령 육교형, 소백산 죽령 터널형, 오대산 진고개1·2 육교형, 속리산 밤티재 육교형, 월악산 지릅재 터널형, 지리산 정령치1·2·3 터널형·육교형, 덕유산 신풍령 육교형, 속리산 버리미기재 터널형, 오대산 월정사 터널형, 계룡산 민목재 육교형, 오대산 병내천 터널형, 지리산 심원 터널형, 팔공산 동화문 육교형 등으로 다양하다. 설치 예산은 1억 원에서 48억 원까지 생태통로의 규모와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생태통로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끊어진 야생동물 서식지를 이어주는 국립공원의 생명선”이라며 “앞으로도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서식지 관리로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건강한 국립공원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