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적용되는 제5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4월 6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기획예산처는 이번 계획의 비전을 '현장에서 웃는 협동조합, 지역과 조합의 상생성장'으로 정하고, S.M.I.L.E라는 이름의 5대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전략은 협동조합의 경쟁력 강화(Scale up), 상호 협력·연대 강화(Mutual), 정체성 강화(Identity), 지역사회 참여 확대(Local), 운영 효율성 제고(Efficiency)로 구성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양극화 심화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상호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경제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과 공공 부문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며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5년 말 기준 전국에 3만 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설립될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뤘고, 종사자 규모와 취약계층 고용도 꾸준히 늘어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운영률 제고와 연합회 중심의 협력 강화 등 질적 성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관계 부처와 지방정부의 운영·관리 측면에서도 보완할 점이 많다는 평가다. 이번 기본계획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협동조합이 지역 서비스를 더 잘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전략인 '경쟁력 강화'에서는 협동조합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종합컨설팅을 확대한다. 진입 단계에서는 기초교육과 법인설립 실무를 지원하고, 도약 단계(설립 5년 이내)에서는 법률·회계 등 경영 기초와 핵심역량 발굴을 돕는다. 고도화 단계에서는 의료, 돌봄, 교육, 주거, 에너지·환경 등 5대 분야에 투·융자와 연구개발(R&D) 컨설팅을 제공한다. 자금 조달을 위해 우선출자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30%에서 50%로 늘리고, 신협이 협동조합 등 다른 법인에 출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사회적협동조합에는 취득세 등 지방세 감면을 검토하고,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관련 매출액 기준을 탄력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두 번째 전략인 '상호 협력·연대 강화'는 연합회 기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연합회 관계자가 사회적협동조합 총회에 입회할 때 공증 부담을 줄이고, 연합회에 조합 육성과 교육 기능을 추가로 부여한다. 업종별·지역별로 협동조합 거점실행조직을 선정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사업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체계를 만든다. 또한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사회연대경제조직에 대한 대출과 보증 등 금융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 번째 전략인 '정체성 강화'는 조합원의 권리와 참여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현재 이사장이나 이사회에만 있는 총회 소집권과 의안 제안권을 조합원과 감사에게도 부여한다. 또 총회 7일 전까지 안건을 사전 통지하지 않으면 의결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한다. 경영공시 대상 협동조합(조합원 200인 이상 또는 출자금 납입총액 30억원 이상, 모든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부실·지연 공시에는 행정제재를 적용해 운영 투명성을 높인다.
네 번째 전략인 '지역사회 참여 확대'는 주거, 에너지, 빈집정비, 의료, 농어촌 등 여러 분야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을 넓히는 것이다. 주거 분야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 등이 특화임대주택(매입·건설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 고령자, 청년, 장애인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지역·마을 협동조합이 주도하는 햇빛소득마을을 5년간 2,500개(연 500개 이상) 조성하고 시설자금 융자, 공공 유휴부지 활용, 기금 지원 등 행·재정 지원을 추진한다. 빈집정비사업과 농촌 빈집활용 민박사업 시행자에도 사회적협동조합이 포함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인력 매칭플랫폼을 활용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인력 확보를 지원하고, 의료 외 분야로 부사업 확장을 허용한다. 농어촌에서는 협동조합을 통해 주거와 돌봄 등 서비스 공동체를 육성하고, 어촌·도서 지역의 환경 관리와 정주 여건 개선 서비스를 공급한다.
다섯 번째 전략인 '운영 효율성 제고'는 정보 보유 기관 간 데이터 연계를 강화해 협동조합 관리 시스템을 개편한다. 기획처의 협동조합 종합정보포털, 시·도의 일반협동조합 관리시스템, 국세청의 사업자 번호와 휴폐업 정보, 법원행정처의 법인등록 번호 등을 연계한다. 총회 운영은 대면 중심에서 원격영상회의 방식까지 허용해 편의를 높인다.
정부는 제도개선 사항 중 즉시 추진 가능한 과제는 신속히 진행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개정안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한 협동조합정책심의위원회와 시·도 협의회 등을 통해 정책 과제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한편, 제7차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협동조합 수(누계)는 2만 6,539개로 2022년(2만 3,892개)보다 11.1% 증가했다. 일반협동조합이 2만 822개(78.5%), 사회적협동조합이 5,577개(21.0%), 연합회가 140개(0.5%)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5,062개), 서울(4,501개), 전북(1,878개), 전남(1,749개) 순으로 많았고, 수도권(서울·경기) 비율은 36.1%였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보건복지부(40.6%), 교육부(14.8%), 노동부(7.4%), 문화체육관광부(7.8%), 국토교통부(7.7%) 순으로 소관 부처가 다양했다.
운영 현황을 보면 2024년에 실제 사업을 운영 중인 협동조합은 1만 4,285개로 2022년(1만 976개)보다 30.1% 늘었다. 운영률은 53.8%로, 사회적협동조합의 운영률(77.1%)이 일반협동조합(47.7%)보다 높았다. 조합원 수는 총 71만 3,913명으로 2022년(62만 2,000명)보다 14.7% 증가했지만 평균 조합원 수는 50.0명으로 7.0명 줄었다. 설립 목적으로는 조합원 소득 증대(28.9%), 지역사회 공헌(28.4%), 일자리 창출(24.9%)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재무 현황을 보면 운영 중인 협동조합의 평균 매출액은 3억 1,973만원으로 2022년(3억 7,470만원)보다 14.7% 감소했고, 평균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18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자산은 평균 3.4억원, 부채는 2.7억원, 자본은 0.7억원이었다. 출자금은 조합당 평균 7,733만원으로 2022년(5,382만원)보다 43.7% 증가했다. 고용 현황은 전체 종사자 수가 21만 6,179명으로 2022년(19만명)보다 13.9% 늘었고, 임금근로자는 8만 8,074명으로 19.0%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13만 7,410명으로 34.5% 증가했으며, 사회적협동조합의 취업자 수(5만 4,144명)가 전체의 39.4%를 차지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협동조합이 단순한 경제 주체를 넘어 지역공동체 복원의 핵심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 지방정부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정책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