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이 지난달 9일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의료비 증가를 이유로 법원에서 개인파산 인용 결정을 받은 사람은 1만5476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비가 단순한 지출을 넘어 가계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삼성화재가 건강 빅데이터 9만2000건을 분석한 결과만 보더라도 치료비 부담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평균 의료비는 1767만원으로 집계됐다.
치료기간이 1년 이내인 경우 평균 751만원이 들었지만, 장기 치료로 이어지면 평균 2380만원까지 나타났다. 또한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노인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 거주 환자 1733만9000원, 시설·병원 거주 환자 3138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의료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정에 중증질환자나 치매환자와 같이 장기 돌봄이 필요한 환자가 생길 경우 치료비보다 돌봄비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는 보호자의 약 20%가 간병을 위해 생업을 포기하는 이른바 ‘간병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직접 돌보기 어려워 사설 간병인을 이용하게 되면 가계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초과분을 돌려주는 제도의 본인부담상한제와 암, 희귀질환, 중증난치질환 등 중증질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낮춰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산정특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본인부담상한제는 급여 항목에 한정돼 있어 비급여 치료비에는 적용되지 않고, 산정특례 역시 간병비나 장기 치료에 따른 생활비 감소까지 보전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중증질환자는 장기간 반복 치료와 고액 비급여 치료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공적 제도만으로는 실제 체감 부담을 모두 덜어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보험업계도 보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 등 이른바 3대 질환을 중심으로 치료 전 과정과 수술을 폭넓게 보장하는 상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동일 질환에 대해 치료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 보상이 가능한 구조도 확산되는 추세다.
아울러 고령화에 대응해 치매 및 간병 보장도 강화되고 있다. 치매 진행 단계별 진단 및 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을 비롯해, 치매 치료제 ‘레켐비’ 관련 보장, 간병인 사용일당, 복합재가급여 특약 등을 포함한 치매·간병보험도 출시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족 중 한 사람만 아파도 치료비와 간병비, 생활비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며 “질병에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장을 통해 치료비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보험업계 또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