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가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이 지난달 9일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의료비 문제로 법원에서 개인파산 인용을 받은 사람은 1만5476명에 달했다. 질병의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타격이 가중되는 현실을 반영한 수치다.
삼성화재가 분석한 건강 빅데이터 9만2000건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평균 치료비는 1767만원으로 나타났다. 치료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보다 장기 치료를 요할 때는 평균 비용이 238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슷하게 치매 환자의 경우 연간 관리 비용이 거주 형태에 따라 1700만원에서 3100만원 수준에 이르며, 지속적인 돌봄 수요가 경제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공적 제도가 일부 부담을 완화하고 있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여전하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만 적용되고 비급여 치료에는 미치지 못하며, 산정특례 역시 간병비나 소득 상실에 대한 보전은 제한적이다. 특히 재발 가능성과 반복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 제도만으로는 장기적인 경제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공적 보장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민간 보험사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3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치료 전 과정을 포괄하는 보장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동일 질환에 대해 반복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설계도 확대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해 치매 단계별 진단비, 치료제 ‘레켐비’ 보장, 간병비 일당 등이 포함된 보험 상품도 시장에 출시되며 보장 체계가 다층화되는 추세다.
의료비 부담이 단순한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위험 요소로 인식되며, 보험업계의 역할도 재정의되고 있다. 단순한 보상 기능을 넘어서, 질병으로 인한 생계 위기 전반을 포괄하는 보장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업계 내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