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타적사용권 경쟁 과열, “혁신보다 마케팅” 실효성 논란
국내 보험업계의 신상품 개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배타적사용권’ 신청이 올해 1분기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제도가 본래 취지인 상품 혁신보다는 영업 현장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는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 7건, 손해보험 6건으로 연초부터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배타적사용권은 보험사가 독창적인 신상품이나 보장 방식을 개발했을 때 일정 기간 독점 판매 권리를 부여하는 특허 성격의 제도다. 지난해에는 연간 부여 건수가 50건을 넘어서며 2001년 제도 도입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역시 보험사들은 차별화된 상품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혁신 취지 퇴색… IFRS17 이후 CSM 경쟁
이 같은 경쟁 확대의 배경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종신보험이나 자동차보험 중심의 전통적 주력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고, 결국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생애주기와 최신 의료 트렌드 변화에 발맞춘 건강보험, 간병보험 등 제3보험 영역의 신상품이 신계약 CSM 확보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결국 수익성을 방어하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보험사들이 관련 보장성 특약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업계 최초’ 경쟁 과열… KPI·마케팅 전략 논란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배타적사용권의 본래 취지가 점차 퇴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보장 사각지대 해소나 상품 구조의 혁신보다는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앞세운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일부 보험사들이 배타적사용권 획득 자체를 상품 개발 조직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삼으면서 제도 왜곡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심의 통과가 쉬운 미세한 위험률 조정이나 기존 특약의 단순 재조합 수준의 상품이 양산되고, 실질적 혁신보다는 ‘심의 통과’에 초점이 맞춰진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신상품 홍보 과정에서도 ‘배타적사용권 획득’ 여부가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어렵게 획득하더라도 실제 부여되는 독점 판매 기간이 단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시장 선도보다는 출시 초기 마케팅 효과에만 집중되는 소모적 경쟁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 제도는 분명 좋은 취지이고 혁신적인 상품도 있지만, 마케팅용으로 사용하는 의도가 있는 경우도 있다”며 “본질과는 다르게 획득 자체를 회사 KPI로 삼는 경우가 많아, 현재는 대부분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실적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상품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