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 11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의 공식 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으며, 상부 도로인 오리로가 함께 함몰되는 대형 인명·재산 피해를 냈다.\n\n사고조사위원회는 해당 사업과 이해 관계가 없는 산·학·연 전문가 12명으로 구성해 27차례 전체 회의와 6차례 현장 조사, 4차례 관계자 청문 등을 진행했다.
또 외부 전문 기관과 함께 사고 구간의 시추 및 지반 조사를 실시하고 정밀 구조 해석을 통해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n\n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설계 단계의 중대한 오류와 시공·감리 단계의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큰 원인은 2아치터널(중앙 터널을 먼저 뚫고 기둥을 세운 뒤 좌우로 터널을 확장하는 방식)의 핵심 구조물인 중앙기둥 설계 과정에서 발생한 하중 계산 실수였다.\n\n설계사는 실제로는 3m 간격으로 설치되는 기둥을 간격 없이 연속된 구조로 잘못 계산해 중앙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을 2.5배나 작게 산정했다.
이로 인해 기둥이 버틸 수 있는 힘이 크게 부족한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됐다. 게다가 설계 당시 기둥 길이를 실제보다 짧게(실제 4.72m를 0.335m로) 적용한 오류도 발견됐다.\n\n설계 감리 업체는 이러한 설계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설계 단계 건설사업관리(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n\n시공 단계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시공사와 시공 감리는 착공 전 설계 도서를 검토했지만 하중 계산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고, 2024년 9월 중앙 터널 폭을 확대하는 설계 변경을 하면서도 중앙기둥 제원과 철근량을 그대로 유지하는 오류를 반복했다.\n\n또 사고 구간 지반 내 단층대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점도 결정적이었다.
터널을 굴착할 때 지반 분야 기술인이 굴착면 끝부분(막장)을 1m마다 직접 관찰해야 하는데, 일부 작업에서 이를 사진 관찰로 대체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공사가 자체 수립한 안전관리 계획에는 실무 경력 5년 이상의 고급 기술자가 관찰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자격이 미달인 기술인이 이를 수행했다.
이 단층대는 지반 강도를 떨어뜨리고 중앙기둥에 추가 하중을 가해 붕괴를 촉진한 것으로 분석된다.\n\n시공사는 추가로 여러 안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관리 계획에 따른 막장 관찰 기준을 지키지 않았고, 종점부 암반 등급이 설계보다 불량(연암에서 연암~풍화암)했음에도 암판정을 하지 않았다.
공종별로 매일 실시해야 하는 자체 안전점검과 정기 안전점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특히 2025년 4월 1일부터 11일까지 2아치터널에 대한 점검 기록이 전혀 없었다.\n\n중앙기둥의 균열 관리도 소홀했다.
시공사는 균열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았고, 기둥을 부직포로 감싸면서 콘크리트 균열이나 변형 등 붕괴 전조 증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설계 도서에 명시된 터널 시공 순서를 감리 단장 승인만 받고 임의로 바꾸면서 구조적 안전성 검토는 생략했다.
좌·우측 터널 굴착 깊이 차이를 20m 이내로 유지해야 하는 설계 기준을 최대 36m까지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n\n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사고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 내용을 바탕으로 국토안전관리원, 한국도로공사,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사항(막장 관찰자 자격 미달, 안전점검 누락, 시공 순서 변경 후 안전성 확인 생략 등)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사항(강관 보강 그라우팅 공사의 불법 재하도급)을 추가로 확인했다.\n\n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계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 등 행정 제재를 추진하는 한편,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 법령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과 수사 협조를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벌점·과태료 부과 등 행정 처분도 병행할 계획이다.\n\n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지반 조사 강화와 중앙기둥 안전 관리 기준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n\n우선 터널 설계 단계에서 시추 조사 간격을 현행 100m에서 50m 이내로 줄여 지반 상태를 더 정확히 파악하도록 한다. 시공 중 막장 관찰자의 자격 요건도 현행 '지반공학·지질 관련 전공자'에서 '토질·지질 분야 중급 기술자'로 상향하고, 관찰 결과는 고급 기술자 이상의 감리자가 반드시 확인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n\n중앙기둥에 대해서는 설계 단계에서 굴착 단계를 고려한 3차원 구조 해석을 의무화한다.
현재는 2차원 또는 3차원 해석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차원 해석만 허용된다. 시공 중에는 정기 균열 조사 외에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콘크리트 변형률계 등을 통한 계측 관리를 의무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