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취약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낡고 불편한 집을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직접 고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 비영리단체가 손을 잡고 오래된 주택의 창호, 단열, 난방 시설 등을 개선해 주는 '민관협력형 노후주택 개선사업'이 올해도 본격 추진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방시대위원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KCC, ㈜코맥스, KCC신한벽지㈜, ㈜경동나비엔, (사)한국해비타트와 함께 4월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올해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201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정부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던 취약 지역 집수리 사업을 민간의 후원과 전문 기술을 더해 보다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 구조를 살펴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사업 기획과 행정을 맡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사업 후원금을 지원한다. ㈜KCC는 창호 등 에너지 효율과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축 자재를, ㈜코맥스는 스마트홈 보안 자재를, KCC신한벽지㈜는 벽지를, ㈜경동나비엔은 난방 시설을 각각 후원한다. (사)한국해비타트는 전문 인력을 투입해 실제 집수리 공사를 총괄한다.
이 사업은 특히 '새뜰마을사업'이라는 기존 정부 사업과 연계해 진행된다. 새뜰마을사업은 달동네나 판자촌처럼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한 지역을 대상으로 생활 인프라, 집수리, 주민 돌봄, 역량 강화 등을 종합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199개 사업지가 선정됐다. 민관협력형 사업은 이 중에서도 집수리 수요가 높은 지역을 골라 추가 지원하는 형태다.
지난해까지의 성과도 눈에 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총 37개 사업지에서 1,325호의 노후주택이 개선됐다. 지난해만 해도 부산 부산진구 엄광마을, 광주 광산구 큰도랑질마을, 강원 원주 봉산2지구마을, 전북 전주 낙수정마을, 경북 문경 점촌3동마을 등 5개 지역에서 총 221호의 집수리가 완료됐다. 주민들이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공사는 창호 교체, 단열 보강, 도어락 교체, 벽지 및 장판 교체, 지붕 및 외벽 보수 등이었다.
올해 새로 선정된 사업지는 경기 동두천시 남산모루지구, 경북 안동시 신안·안막지구, 전남 광양시 도촌마을지구, 부산 서구 동대신1동, 전남 목포시 용당1지구 등 5개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선 약 344호의 노후주택 집수리가 추진될 예정이다. 선정 과정은 2023년과 2024년에 선정돼 현재 추진 중인 새뜰마을 사업지 36곳 중에서 민관 협력 사업을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이뤄졌다. 총 11곳이 신청했으며, 사업의 시급성, 실현 가능성, 사업 성과 등을 평가해 최종 5곳이 뽑혔다.
선정된 지구별로 구체적인 상황을 보면, 경기 동두천시 남산모루지구는 전체 123호 주택 중 30년 이상 된 주택이 65호(93.2%)에 달해 집수리 시급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기초생활수급자 20호, 차상위계층 7호, 일반 38호 등 총 123호가 지원 대상이다. 경북 안동시 신안·안막지구는 224호 중 92호(92.2%)가 30년 이상 노후 주택이며, 기초생활수급자 9호, 차상위계층 4호, 일반 79호 등 총 224호가 혜택을 받는다. 전남 광양시 도촌마을지구는 140호 중 64호(92.7%), 부산 서구 동대신1동은 197호 중 76호(82.6%), 전남 목포시 용당1지구는 287호 중 47호(78.1%)가 각각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다.
실제 집수리 공사는 단순한 미관 개선을 넘어 주민의 생활 수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사례를 보면 창호 교체를 통해 냉·난방 에너지 효율과 단열 효과가 크게 개선됐고, 옥상 방수 공사로 누수 문제가 해결됐다. 현관문 교체는 방범과 단열 성능을 높였으며, 주방가구 교체와 화장실 개선은 위생 환경을 획기적으로 좋게 만들었다. 침실 바닥 마루 교체와 외벽 단열, 도배 시공 등으로 에너지 효율이 향상되고 주거 환경이 쾌적해졌다.
국토교통부 김효정 도시정책관은 "이 사업은 정부, 공공기관, 민간기업, 비영리단체가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취약지역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기본적인 생활 여건조차 확보하지 못한 취약지역 주민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민간과의 협력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정부 예산만으로는 모든 노후 주택을 개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민간 기업의 현물 지원과 공공기관의 후원금, 비영리단체의 전문 인력이 더해져 시너지를 내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주민 자부담분을 추가로 지원하고, 기업들이 건축 자재를 후원하며, 한국해비타트가 현장 공사를 직접 총괄함으로써 주민의 경제적 부담은 줄이고 주거의 질은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민관 협력 모델이 더 많은 취약 지역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