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주노동자가 11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외국인력 정책의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4월 3일 오후 2시 서울 로얄호텔에서 '이주노동정책의 미래, 통합적 정책지원방안' 토론회를 열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외국인력 관련 제도를 하나로 묶는 통합 정책의 필요성을 집중 논의했다.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외국인 취업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현재는 취업비자별로 주관 부처가 달라 도입부터 이직, 능력개발, 노동조건 보호까지 노동시장 관점의 통합적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다. 체류지원과 권익보호에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노사, 학계, 현장 전문가, 관계부처가 함께하는 '외국인력 통합지원 TF'를 구성해 집중 논의해 왔다. 이번 토론회는 TF 논의를 발전시키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노동계·경영계·현장 및 학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력정책은 비자·체류관리와 노동시장 정책이 두 축이지만, 현재는 비자발급 정책으로만 접근돼 도입 이후 인적자원관리 및 노동시장 정책이 연계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인력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다양한 취업비자 관리 체계를 개편해 도입·선발, 초기 적응, 숙련형성, 경력개발, 귀국·정착의 전 과정을 일관성 있게 통합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경남이주민센터 이철승 대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처별 분절적 관리구조와 권익보호의 공백을 지적하며 "범정부 협의·조정 체계를 구축하고 정책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권리 보장과 단계적 숙련양성체계를 구축해 숙련노동의 가치가 반영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발제자 충남대학교 김기선 교수는 "현행 외국인고용법이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고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법률의 적용범위를 일하는 전체 외국인노동자로 전환하고, 적정 도입과 고용관리, 차별 없는 근로환경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등 통합적 외국인력 도입·관리를 위한 법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토론회는 고용노동부 차관의 인사말로 시작해 발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배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은 토론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임은주 정책실장, 대한전문건설협회 정하미 선임, 연세대학교 이종관 교수, 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 이영 센터장, 이민정책연구원 최서리 선임연구위원,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한은숙 과장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노사단체와 전문가들은 내·외국인 노동자 상생을 위한 효과적인 외국인력 활용과 이주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해 통합적 외국인력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관계부처 간 협의·조정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고용노동부 권창준 차관은 인사말을 통해 "제조업 생산라인부터 농촌 수확 현장까지 우리와 함께 땀 흘리는 이주노동자가 어느덧 110만 명에 이르렀다"며 "이들은 단순히 산업현장의 부수적 인력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함께하는 동료이자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소중한 이웃"이라고 말했다.
권 차관은 "현장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며 더 많은 외국인력 도입을 요청하는 목소리와 급격한 외국인 확대가 내국인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며 "대통령께서도 지난 타운홀미팅에서 저임금 외국인력 의존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단순한 숫자의 문제를 넘어 이주노동자와 어떻게 상생하고 함께 성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국가 전체 노동시장의 관점에서 통합적 외국인력 정책이 이뤄져야 하고, 어떤 분야에 어떤 외국인력을 어느 정도 규모로 도입할지 정교한 분석과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차관은 또 "일하는 모든 외국인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도 병행돼야 한다"며 "노동 현장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이기 쉬운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들고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TF 논의 과정에서 형성된 공감대를 세 가지로 소개했다. 첫째, 취업비자는 다양하지만 모두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노동자'라는 관점에서 전체 외국인력을 아우르는 통합적 제도와 수급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둘째, 비숙련 외국인력이 현장에서 숙련을 쌓아 준숙련·숙련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이주노동자 누구나 낯선 이국땅에서 잘 정착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체 이주노동자를 포괄하는 체계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TF 논의와 이번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중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권 차관은 "이 로드맵은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단편적 대책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상생하는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외국인력 정책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