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학력이나 경력이 부족해도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국가기술자격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대폭 개선한다. 이는 청년층이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따려 해도 과도한 경력 요건 때문에 응시조차 어려웠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4월 3일 서울 중구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국가자격 제도발전 포럼' 제1차 회의를 열고, 청년 인재들의 취업 준비 부담을 덜기 위한 국가기술자격 응시자격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임영미 고용정책실장을 비롯해 자격 제도 전문가와 노사 단체 관계자 24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청년층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다양한 개선안이 제시됐다.
그동안 국가기술자격 시험은 학력과 경력 위주의 경직된 응시자격으로 인해 청년, 비전공자, 중장년층이 도전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기술사 시험에 응시하려면 '경력 9년 이상' 또는 '기사 자격증 보유 후 경력 4년' 등 최대 9년의 경력이 필요했고, 기능장도 '경력 9년 이상' 또는 '기능사 자격증 보유 후 경력 7년'이 요구됐다. 이 때문에 평균 기술사 취득 연령이 44.8세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산업기사 이상 상위 자격증을 따려면 경력이 필요한데, 경력을 쌓으려면 취업을 위한 상위 자격증이 필요하다"며 악순환을 호소했다. 직업계고 학생들도 "학교 수업을 통해 현장 기술을 배웠지만 자격증을 따려면 시험만을 위한 별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가기술자격 시험 응시에 일정 학력이나 과도한 경력 요건이 요구돼 실제 능력을 갖춘 청년이나 구직자의 도전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며 "능력과 의지가 있는 청년들이 제도적 장벽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응시자격 인정 경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네 가지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첫째, 기술사와 기능장 등급 시험 응시를 위한 경력 기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기술사는 관련학과 대졸자의 경우 경력 요건을 6년에서 3년으로, 기사 자격증 보유자는 4년에서 2년으로, 일반 경력자는 9년에서 7년으로 각각 단축한다. 기능장도 기능사 자격증 보유자의 경력 요건을 7년에서 5년으로, 일반 경력자는 9년에서 7년으로 줄인다. 이렇게 하면 청년층이 더 빠르게 최상위 자격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학력과 경력 중심의 응시자격을 다양화해 역량을 갖춘 청년과 중장년의 자격 취득 기회를 넓힌다. 이를 위해 '역량이음형'과 '역량채움제'라는 두 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역량이음형'은 학력이나 경력과 관계없이 먼저 이론시험에 합격한 뒤 실무훈련이나 경력을 쌓아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역량채움제'는 직업훈련, 대학 학점 등 다양한 학습 결과를 축적해 응시자격을 인정받는 제도다. 이렇게 하면 경력이 없는 비전공자나 경력전환이 필요한 중장년도 역량만 갖추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교육·훈련과 자격이 일치하는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을 확산한다. 기존의 검정형 자격이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반면, 과정평가형은 교육·훈련 과정에서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를 거쳐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학생과 청년층이 별도로 응시자격과 시험을 준비할 필요 없이 현장 중심의 교육과 평가를 통해 자격을 딸 수 있도록 청년 취업률이 높은 자격 종목을 신설하고 일학습병행과의 연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넷째, 국가기술자격 취득자가 신기술 역량을 개발하고 이를 간편하게 증명할 수 있는 '플러스자격' 제도를 도입한다. 자격 취득자가 자신의 기술과 융합 가능한 새로운 직무역량을 습득하면 이를 기존 자격증에 추가로 표기해 최신 직무역량을 신속히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현장 실무역량 중심의 평가를 위해 작업형 실기시험을 확대하고, 숙련기술 인재들의 역량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올해의 기술사·기능장' 시상과 '기특한 명장' 성장 지원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제도 개선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청년층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가기술자격법령 개정 등 필요한 절차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자격 제도발전 포럼과 연계해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실질적인 실행과제를 도출할 계획이다.
임영미 고용정책실장은 "자격증이 청년들에게 취업을 위한 '기회의 사다리'가 되어야 하지,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오늘 논의된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국가기술자격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