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항공기가 예기치 못한 사유로 결항하거나 회항하더라도, 면세 한도 내에서 구매한 물품은 공항에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관세청은 4월 1일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행자 및 승무원 휴대품 통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출국을 위해 면세점에서 물건을 산 뒤 항공기가 결항이나 회항으로 출국하지 못하게 되면, 구매한 면세품을 모두 반납해야 했다. 면세점은 '외국으로 반출'하는 조건으로만 물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여행자의 구매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고 물품을 회수하는 데 3~4시간이 걸려 큰 불편을 초래했다. 특히 이미 개봉하거나 사용한 물품은 면세점에서 손실로 처리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결항·회항 시에는 기본 면세 한도(미화 800달러) 이내의 면세품은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면세 한도를 초과해 물품을 구매한 경우에는 초과분에 대해서만 반납 절차를 밟으면 된다. 예를 들어 900달러짜리 옷 한 벌을 샀다면 800달러까지는 면제되고, 초과한 100달러에 해당하는 금액만 반납 대상이 된다.
여러 물건을 샀을 때는 여행자가 직접 면세 한도 내에서 반납하지 않을 물품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옷(500달러), 화장품(300달러), 전자제품(500달러)을 샀다면, 옷과 화장품을 선택해 총 800달러를 면제받고 전자제품만 반납할 수 있다. 반대로 전자제품과 화장품을 선택하면 옷을 반납하면 된다.
이미 개봉하거나 사용한 물품이 있다면 해당 물품이 면세 한도에 우선 포함돼 반납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옷(500달러)을 입었고, 화장품(300달러)과 전자제품(500달러)을 새것으로 샀다면, 사용한 옷이 먼저 면세 한도(800달러)에 포함돼 면제되고, 남은 한도(300달러) 내에서 화장품도 면제된다. 전자제품(500달러)은 초과분이므로 반납해야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2~2025년) 결항이나 회항으로 출국 후 재입국한 사례는 총 351건, 승객 수는 6만 3859명에 달한다. 특히 2024년 11월 기록적인 폭설로 인한 결항이 87건 포함되면서 재입국 승객이 3만 3639명으로 급증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부득이한 결항·회항 상황에서 여행객이 겪어온 불필요한 대기와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입장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여행객 편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반납한 면세품은 구매한 면세점과 상의해 구매 취소(환불)를 받거나, 이후 재출국할 때 다시 인도받을 수 있다. 다만 이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과세 통관은 불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