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부터 항공기가 천재지변이나 기체 결함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결항하거나 회항할 때, 면세 한도 안에서 산 물품은 공항에 반납하지 않고 바로 집에 갈 수 있게 된다.
관세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여행자 및 승무원 휴대품 통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4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말 관세법 시행령에 면세품 회수 예외 근거가 마련된 데 이어, 세부 절차를 정한 것이다.
그동안 출국하려고 면세점에서 물건을 샀는데 비행기가 뜨지 못해 다시 입국할 경우, 산 모든 면세품을 돌려줘야 했다. 면세점은 '외국으로 반출'하는 조건으로만 물건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 구매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고 물건을 회수하는 데 3~4시간이 걸려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 이미 개봉하거나 쓴 물건은 면세점에서 손실로 처리되는 문제도 있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기본 면세 한도인 미화 800달러 이내에서 산 물품은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800달러를 넘어 산 경우에는 초과분만 반납하면 된다. 예를 들어 900달러짜리 옷 한 벌을 샀다면 800달러까지는 면제되고, 나머지 100달러에 해당하는 부분만 반납 대상이다.
여러 물건을 샀을 때는 여행자가 직접 800달러 범위 안에서 반납하지 않을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옷(500달러), 화장품(300달러), 전자제품(500달러)을 샀다면 옷과 화장품을 선택해 반납을 면제받고 전자제품만 돌려주면 된다.
이미 개봉하거나 사용한 물건이 있다면 그 물건이 면세 한도에 우선 포함된다. 예를 들어 옷(500달러)을 입었고 화장품(300달러)과 전자제품(500달러)을 새것으로 샀다면, 입은 옷이 먼저 면세 한도 800달러에 포함돼 반납이 면제되고, 남은 300달러 한도 안에서 화장품도 면제된다. 전자제품은 반납해야 한다.
술과 담배는 별도 면세 범위가 적용된다. 술 1병(1리터 이하, 400달러 이하)과 담배 1보루(200개비)는 기본 면세 한도와 별도로 면세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옷(500달러)과 술 1병(100달러), 담배 1보루를 샀다면 모두 면세 범위 안에 들어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술을 3병 샀다면 면세 범위를 초과한 1병은 반납해야 한다.
면세품 반납은 항공사 안내에 따라 면세점에서 진행된다. 반납이 완료되면 재입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반납한 물건은 구매한 면세점과 상의해 구매 취소(환불)를 받거나, 다음에 다시 출국할 때 찾을 수 있다. 다만 이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반납한 물건을 세금을 내고 국내에 반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2~2025년) 결항이나 회항으로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한 사례는 모두 351건, 승객 수로는 6만 3859명에 달한다. 특히 2024년 11월 기록적인 폭설로 87편이 결항하면서 재입국 승객이 크게 늘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예기치 못한 결항·회항 상황에서 여행객이 겪어온 불필요한 대기와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입장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여행객 편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