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지역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유 수급 불안에 대응해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기존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높이기로 했다. 천연가스에 대해서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1일 오전 김정관 장관 주재로 제5차 자원안보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15개 관계부처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관리원 등 9개 유관기관이 참석했다. 새로운 위기경보는 4월 2일 0시부터 적용된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영된다. 이번 조치는 위기 상황의 심각성과 국민 생활·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 원유의 경우 지난 3월 5일 ‘관심’ 단계가 발령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수급 여건이 악화되면서 3월 18일 ‘주의’로 격상된 바 있다.
원유 수급 위기경보가 ‘경계’로 격상된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국내 도입 차질이 자리잡고 있다. 3월 1일 해협이 봉쇄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통과한 유조선이 3월 20일 국내에 입항한 이후, 열흘 넘게 호르무즈발 원유 도입이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중동 지역 원유 생산·수송시설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가자원안보 확보를 위한 고시 등에 따라 ‘경계’ 단계 발령 기준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다.
천연가스의 경우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 이후 현물 구매와 해외자원개발 물량 등 대체 물량을 확보해 연말까지 수급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과 난방 요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위기경보 격상에 따라 정부는 수급 관리 조치를 강화한다. 우선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낸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해 물량 확보 가능성이 확인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무관과 코트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아웃리치에 나선다.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을 본격 도입하고, 비축유는 민간이 대체 원유를 선적할 때 제공한 뒤 민간 선적분이 국내에 들어오면 상환받는 스와프(SWAP) 방식으로 대체 원유 확보를 촉진한다.
공공과 민간 전반의 수요 관리도 강화된다. 원유 ‘주의’ 단계 발령 이후 3월 25일부터 시행 중인 공공분야 의무적 차량 5부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경보 상향에 맞춰 현행 조치를 강화하고 민간의 에너지 절약을 더욱 촉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도 대중교통 이용 촉진과 교통비 부담 경감을 위한 시책을 추진한다. 천연가스 수요 관리를 위해 원전 이용률을 높이고 석탄발전 폐지 시기도 연장하기로 했다.
원유 도입 차질에 따라 수급 영향을 받고 있는 나프타와 석유제품에 대해서도 공급망 관리가 강화된다. 나프타 매점매석을 금지하고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한다. 대체 수입에 따른 수입단가 차액 지원을 추경안에 반영(정부안 4,695억원)하는 등 해외 물량 도입 지원에도 나선다. 석유화학 제품도 필수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수급 점검과 공급망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민생 안정을 위한 최고가격제 효과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시장 감독 조치도 강화된다. 가격 동향과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통해 점검과 단속을 강화해 위법 행위 적발 시 무관용 원칙 아래 관련 법령에 따라 엄단할 계획이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석유관리원 등 유관기관들은 일일 도입 및 수급 동향 점검, 비축유 활용 및 국제공동비축 물량 도입, 석유 유통시장 질서 확립 등 위기경보 단계 ‘경계’ 격상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추진한다. 정부와 유관기관 모두 더욱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위기 경보 격상에 맞춰 한 단계 높은 대응체계로 전환하겠다”며 “국민께서도 엄중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