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4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업 분야 현안 세 가지를 집중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2026년 농림해양수산분야 추가경정예산안, 농업협동조합(농협) 개혁방안,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안이 다뤄졌다.
먼저 추가경정예산안은 2,658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이 예산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농업 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민생 안정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요 사업으로는 시설농가 난방용 유류 유가연동보조, 무기질비료 지원사업 확대 등 현장 수요가 높은 분야가 포함됐다. 여당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농가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해 추가 사업을 국회 심의 단계에서 보완할 것을 제안했고, 정부는 관련 예산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협 개혁방안의 핵심은 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현행 조합장 직선제에서 전체 조합원 직선제로 바꾸는 것이다. 지난 3월 11일 당정협의회에서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이 안건은 농협개혁추진단(공동 단장: 명지대 원승연 교수·농식품부 김종구 차관, 협동조합·지배구조 등 전문가 9명)의 검토를 거쳐 최종 결정됐다. 추진단은 전체 조합원 직선제가 조합원 주권을 확립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선거제도가 도입되면 중복 가입 조합원을 제외한 전체 187만 명(204만 명 중 복수 조합 가입 제외)이 1인 1표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선거비용 절감을 위해 유권자가 같은 날 치러지는 동시조합장 선거와 중앙회장 선거를 함께 실시하는 방안도 설계 중이다. 아울러 비농업인, 주소·거소 요건 미충족자, 경제사업 미이용자 등 무자격 조합원은 철저히 정리하고, 모든 조합이 조합원 실태조사와 무자격 조합원 정리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당정은 조합원 직선제 도입 시 우려되는 중앙회장 권한 강화, 선거 정치화 등 부작용에 대해서도 보완 장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중앙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구조를 재검토하고, 사외이사 등을 통해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화한다. 퇴직자의 중앙회·계열사 재취업을 제한하는 통제장치도 검토한다. 중앙회장 선거의 정치화와 후보자 난립을 막기 위해 피선거권 강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차기 중앙회장 선거는 2028년 3월에 예정돼 있다.
세 번째 안건인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안은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을 훼손하는 농지투기를 근절하고, 실제 농지 소유·이용 현황을 파악해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사는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2026년)는 '96년 이후 취득 농지 115만 ha를 대상으로 기본조사와 투기 위험군 심층 조사를 실시한다. 2단계(2027년)는 '96년 이전 취득 농지 약 80만 ha를 포함한 전체 농지 데이터베이스(DB)를 현행화한다.
1단계 조사는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진행된다. 먼저 5~7월(3개월)에는 행정정보·위성사진·AI 분석을 통해 대상 농지의 종합 DB를 구축하고 심층 조사 대상을 선별한다. 실경작 확인은 읍·면 농지위원회, 농업인 단체 등과 합동으로 실시한다. 8~12월(5개월)에는 선별된 농지에 전담 인력을 투입해 실제 농업경영 여부와 무단 휴경, 불법 전용 등 위반행위를 집중 점검한다.
특히 심층 조사는 10대 투기 위험군(총 72만 ha)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수도권 전 지역, 경매 취득자, 농업법인·외국인 소유 농지, 최근 10년 내 농취증 발급(상속 제외) 농지, 관외거주자·공유취득자 농지, 과거 농지이용실태조사 적발 농지, 기본조사 결과 불법 의심 농지 등이 포함된다.
적발된 농지는 유형을 구분해 행정처분(처분의무·처분명령·원상회복) 또는 계도 조치를 하고, 현장 조사 결과는 농지대장에 직권 반영한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단 휴경 및 불법 임대차 등이 적발되면 유예 없는 즉각적인 처분명령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원활한 조사를 위해 정부는 '정부합동 농지 조사 및 제도 개선 추진단'을 구성하고, 지방정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약 5천 명 규모의 조사 인력을 신규 채용한다. 예산은 추경을 통해 농지이용실태조사 예산을 588억 원 증액(기존 82.5억 원), 총 670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당정은 단기적 조사에 그치지 않고 농지 관리 체계 개선, 농지보전부담금 정상화, 농지보전총량제 등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농지 관리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 농지 시장의 현황을 보면 2025년 경지면적은 150만 ha로 국토 면적의 15%를 차지하며, 휴경지·시설물 설치 등을 포함한 전체 농지 면적은 195.4만 ha로 추산된다. 지난 20년간(2005~2025) 경지면적은 32.4만 ha 감소(연평균 1%)했다. 2025년 실거래가는 평당 17.7만 원으로 2021년 이후 하락세지만, 경기 지역은 전남 대비 7.4배(경기 60.7만 원/평, 전남 8.2만 원/평)에 달하는 등 지역별 편차가 크다. 이에 당정은 농지투기가 농가격을 왜곡해 청년농·귀농인의 농지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문제 인식 아래 이번 전수조사를 추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