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을 차단하고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4월 1일 관계부처 합동 회의를 열고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이다. 금융이 투기적 부동산 수요를 지원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먼저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전망된 경상성장률(약 4.9%)의 절반 수준인 1.5%로 설정했다. 지난해 실제 증가율(1.7%)보다도 더 낮춰 잡은 것이다. 가계부채의 질적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별도 관리목표를 신설해 은행들이 주담대를 늘리고 다른 대출을 줄이는 편법을 막기로 했다.
중장기 로드맵도 제시됐다.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현재 89%대에서 80%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민간 대출과 정책금융(정책대출) 간 적정 공급 비중을 고려해 정책대출 비중을 현행 30%에서 2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특히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에는 강력한 페널티가 부과된다. 지난해 목표를 크게 초과한 새마을금고에 대해서는 올해 관리목표를 '+0원'으로 설정했고, 필요시 내년 목표에서도 추가로 차감할 계획이다. 다만 서민·취약차주에게 자금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분에 대해서는 예외 인정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된다. 이미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제한된 상태인데, 이번에는 만기연장마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 원칙적으로 연장해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단, 즉시 집을 팔기 어려운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를 인정한다. 특히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현재 유효한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까지 만기연장을 허용해 세입자를 보호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올해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취득하는 경우, 토지거래허가제상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해준다. 이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이라도 매매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다주택자 대출 만기연장 제한 조치는 금융권 준비기간을 고려해 4월 17일부터 시행된다.
대출규제 위반에 대한 점검과 제재도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실행된 모든 사업자대출을 전면 점검해 대출금이 용도 외로 유용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127건(587억 5천만 원)의 사업자대출 용도외유용이 적발됐고, 가계대출 약정 위반도 2,982건 적발돼 대출 회수 등 조치가 이뤄졌다.
앞으로 용도외유용이 적발되면 제재 수준이 크게 높아진다. 현행은 적발된 해당 금융회사의 사업자대출만 제한했지만, 앞으로는 전 금융권의 모든 대출(가계대출 포함)로 신규대출 제한 범위가 확대된다. 금지 기간도 1차 적발 시 1년에서 3년으로, 2차 적발 시 5년에서 10년으로 대폭 늘어난다.
국세청도 가세한다. 상반기 중 사업자대출로 고가 아파트 등을 취득한 사례를 선별·추출해 전수 검증할 예정이다. 대출금 부당 유용에 따른 탈세행위뿐만 아니라 관련 사업체 전반의 탈루 실태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다만 검증 전에 자발적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수정신고하는 경우에는 검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가산세도 감면해준다.
가계대출 규제 위반에 대한 점검도 계속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가 가계대출 취급 시 체결한 추가약정(예: 처분약정, 전입약정)에 대해 차주의 위반 여부와 금융회사의 사후관리 적정성을 점검한다. 위반 시 대출 회수와 함께 신용정보원에 정보가 등록돼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P2P 금융)에 대한 규제도 새로 도입된다. 그동안 업계 자율규제에 맡겨져 있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정부가 직접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와 주택가격별 대출한도 규제를 의무화한다. 이에 따라 규제지역은 LTV 40%, 비규제지역은 70%가 적용되며, 주택가격 15억 원 이하는 최대 6억 원,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는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이 조치는 4월 2일부터 시행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제는 금융이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전 금융권이 비상한 각오로 총량관리 목표 달성, 다주택자의 만기연장 제한, 대출규제 위반 점검 등을 철저히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일선 창구에서 소비자 혼선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권별 협회와 금융회사에서 직원 교육, 전산시스템 점검, 고객 안내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추가로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대출규제 방안도 추후 발표하고, 부동산 금융의 경제적 유인구조를 전면 재설계해 '부동산 투기는 돈이 안 된다'는 원칙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방안 중 즉시 시행 가능한 조치(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 규제 등)는 발표 후 바로 시행하고, 다주택자 대출 만기연장 제한이나 대출규제 위반 점검 제도개선 등 행정적 조치가 필요한 과제는 최대한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대상 확대, 장기고정금리 전환 유도 등 가계부채 구조 개선 과제도 차질 없이 준비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