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이 피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농촌진흥청이 저온 피해 예방과 인공수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배 개화기에는 흰꽃봉오리 시기(백뢰기)부터 만개기 사이에 갑작스러운 저온이 찾아와 꽃 내부 기관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안정적인 열매 맺음과 생산량 확보를 위해 과수 농가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배꽃이 저온에 견딜 수 있는 한계 온도는 흰꽃봉오리 시기에는 영하 3도 내외, 만개 전후에는 영하 1도 내외다. 이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꽃이 얼어 수정이 어려워지고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기상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저온이 예상될 때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제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저온 경감 기술로는 '미세살수', '온풍 방상 팬', '온풍 송풍법' 등이 있다. 미세살수는 나무에 물을 뿌려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온풍 방상 팬은 팬을 설치해 위쪽의 더운 공기를 아래로 끌어내려 과수원의 기온 저하를 막는다. 실제로 2025년 저온 피해를 입었던 나주·김천·상주 지역의 '신고' 품종 꽃 피해율은 20~50%에 달했지만, 미세살수나 온풍방상팬을 적용한 과수원은 피해율이 20% 이하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배는 같은 품종끼리 수정이 어려운 자가불화합성 작물이다. 특히 우리나라 배 재배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고' 품종은 꽃가루가 거의 없어 다른 품종의 꽃가루를 이용한 인공수분이 필수적이다. 꽃가루 운반 곤충(방화곤충)을 통한 자연 수분도 가능하지만, 개화기 기온이 낮으면 곤충 활동이 줄어들어 자연 수분이 어려워지므로 인공수분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인공수분은 꽃이 40~80% 정도 피었을 때,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 사이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 시간대는 꽃가루가 잘 발아하고 자라는 데 유리해 수정 가능성이 높다. 꽃가루에 섞는 증량제(석송자 등)는 꽃가루 발아율에 따라 혼합 비율을 달리해야 한다. 발아율이 70% 이상이면 증량제를 5배, 50~70% 수준이면 3~4배, 40~50% 수준이면 2배 정도 섞으면 된다. 반면 발아율이 40% 미만으로 낮은 꽃가루는 증량제를 섞지 말고 꽃가루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꽃가루를 직접 채취할 때는 꽃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개화 하루 전부터 꽃이 핀 직후 꽃밥이 터지기 전까지가 적기다. 너무 이르면 꽃가루가 덜 성숙하고, 너무 늦으면 유실량이 많아진다. 채취한 꽃은 꽃밥 채취기로 꽃밥을 분리하고, 정선기를 이용해 불순물을 제거한 후 25도 전후, 습도 50% 정도에서 12~24시간 건조해 꽃밥을 터트린다. 이후 꽃가루 정선기나 아세톤을 이용해 꽃가루를 수집하고, 냉동 보관하면 장기간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사용하기 전에는 하루 정도 냉장실에 보관한 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반드시 발아력을 검정해 증량제 비율을 조절해야 한다.
'신고' 품종의 비중이 높은 과수원은 단기적으로 인공수분을 권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수원 안에 꽃가루 제공 나무(수분수)를 20~30% 심어 곤충에 의한 자연 수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고'의 꽃가루 제공 나무로는 개화기가 비슷하고 꽃가루가 풍부한 '추황 배', '화산', '원황', '슈퍼골드' 등이 적합하다. 반면 '조이스킨', '황금배', '신화', '한아름', '그린시스'는 꽃가루가 없거나 미량이어서 수분수로 적합하지 않다.
겨울철 전정 가지를 활용해 꽃가루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전정 가지를 일찍 채취할수록 개화 소요일이 길어지지만, 3월 중순 이후에 채취하면 꽃송이당 꽃가루양과 발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필요에 따라 꽃가루를 직접 채취해 생산·저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센터 전지혜 센터장은 "배 개화기 저온 관리와 수분 관리가 한 해 배 농사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며 "기상 예보를 확인해 저온 경감 기술을 적용하고, 꽃 피는 시기에 맞춰 인공수분을 실시하며, 장기적으로 꽃가루 제공 나무 확보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