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데스크 | 산업통상부는 2026년 3월 31일 세계무역기구(WTO)의 제14차 각료회의(MC14)가 폐막됐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것으로, 164개 회원국 대표자들이 참석해 다자간 무역 체제의 미래를 모색했다.
WTO 각료회의는 2년마다 열리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회원국들이 무역 규칙 개정, 분쟁 해결, 개발 지원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제14차 회의는 원래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진행됐으며, 폐막을 앞두고 치열한 협상이 이어졌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 대표단은 회의 전 과정에 적극 참여해 국가 무역 이익을 보호하고 다자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어업 보조금 감축이었다. 회원국들은 개발도상국을 배려한 형태로 일부 합의를 도출, 불법·과잉·비보고 어업을 억제하는 규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수산 자원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또한 전자상거래 모라토리엄(전자전송 관세 부과 유예)이 2년 연장되면서 디지털 무역의 안정적 성장이 기대된다.
농업 분야에서는 국내 지원 축소와 시장 접근 확대를 둘러싼 의견 차이가 여전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개발도상국들은 특혜적 대우를 요구한 반면, 선진국들은 공정 무역을 주장하며 팽팽한 대치를 보였다. 투자 촉진 협정과 분쟁 해결 메커니즘 개혁도 미진한 채 넘어갔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불합의 의제는 추후 협상을 통해 해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서비스 무역 자유화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주장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과 공급망 안정화 방안에 주목했다. 회의 폐막 후 발표된 의장 성명에서는 다자 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다음 각료회의를 앞두고 실무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제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보호무역주의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WTO의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가 완전한 성공은 아니지만, 다자주의의 기반을 유지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산업통상부는 폐막 자료를 통해 회원국들의 합의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으며, 국내 수출 기업들은 이를 참고해 무역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제14차 각료회의는 WTO 설립 이후 30여 년 만에 맞이한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1995년 WTO 출범 이래 각료회의는 우루과이 라운드 마무리부터 도하 개발 라운드, 발리 패키지 등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WTO 탈퇴 위협과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다자 협상의 위상이 약화됐다. 제14차 회의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낸 셈이다.
한국 정부는 WTO 중심의 다자 무역 체제를 지지하며, 지역 무역 협정(RTA)과 병행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CPTPP, RCEP 등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WTO 개혁에 기여할 방침이다. 폐막 후 여파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업들의 무역 준법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회의 기간 동안 100여 건의 양자 회담이 열렸으며, 한국은 주요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특히 EU, 일본, 호주 등 우호국들과의 공조가 두드러졌다. 개발도상국 지원 의제에서는 아프리카·LDC(최빈개발국) 국가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일조했다.
폐막 선언문은 "공정한·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 조성"을 강조하며, 회원국들의 책임 있는 이행을 촉구했다. 한국 기업들은 어업 보조금 규제 준수와 디지털 무역 확대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으로 WTO 실무 기관(WTSC 등)에서 후속 조치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대면 각료회의로, 비대면 시대의 한계를 드러냈다. 회원국들은 하이브리드 형식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부는 국내 이해관계자 대상 설명회를 열어 회의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완벽하지 않지만, WTO 붕괴를 막은 회의"라고 평했다. 글로벌 무역량 90% 이상을 다루는 WTO의 안정은 한국 경제에 직결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향후 협상에 더욱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제14차 WTO 각료회의 폐막으로 다자 무역 체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산업통상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기업들의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