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라는 금융 서비스의 핵심 중 하나인 요율 산정 과정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코리안리가 최근 기업 보험의 요율 산정을 지원하는 AI 어시스턴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실제 운영보다는 내부 검증과 시험 운용에 중점을 둔 프로토타입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모델의 신뢰성과 설명 가능성, 즉 ‘왜 이 요율이 나왔는가’라는 투명성 확보가 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금융업계 전반에 걸친 내부망 중심 IT 구조가 AI 도입의 주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객정보와 위험 데이터 등 민감 정보를 외부 시스템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환경에서 처리해야 하는 보안 요건은, 클라우드 기반 생성형 AI의 적용을 사실상 어렵게 만든다. 특히 기업 보험은 계약 조건이 기업의 경영 리스크와 직결되므로 데이터 외부 유출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크다. 이는 코리안리뿐 아니라 전체 금융권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다.
최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제도적 시험대가 마련되었으나, 이는 규제 완화가 아닌 일정한 조건 하에서의 시범 운용을 의미한다. AWS Claude나 Google Gemini 등의 생성형 AI를 일부 한정된 프로젝트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전사적 도입이나 일반 업무에의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 이 제도는 기술 완성도를 인증하는 성격보다는, 잠재적 혁신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보험요율 산정은 통계 분석, 재보험 조건, 업종 리스크, 내부 인수 기준 등 복합적 요소가 얽히는 고도 전문 분야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도 AI를 요율 결정의 주체로 내세우기보다는, 데이터 분석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수준은 이미 충분히 진전됐지만, 보안, 책임 소재, 규제 대응 등 비기술적 요인이 국내 도입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은 인간과 AI의 협업, 즉 보조적 역할 중심의 점진적 확대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