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3월 30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확정기간 실무 매뉴얼 책자를 발간했다고 발표했다.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제작한 이 자료는 EU의 CBAM이 2026년부터 본격적인 확정기간으로 전환됨에 따라 국내 수입 기업들이 제도 준수에 필요한 실무 지침을 제공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2023년부터 도입된 정책이다. 이는 EU 내 생산품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많아 생산 비용이 저렴한 수입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BAM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수소, 전력 등 고탄소 배출 산업을 대상으로 하며, 2026년 이후 모든 대상 품목에 확대 적용된다.
현재 CBAM은 2023년 10월부터 전환기간(2024~2025년)을 거쳐 2026년부터 확정기간으로 운영된다. 전환기간 동안은 보고 의무가 부과되지만 실제 재정 부과는 없으나, 확정기간부터는 수입업자가 제출한 탄소 배출 보고서를 바탕으로 CBAM 인증서 구매가 의무화된다. 인증서 가격은 EU 내 배출권 거래제도(ETS) 가격에 연동되며, 이는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매뉴얼 발간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CBAM 보고 절차, 데이터 수집 방법, 인증서 계산 방식 등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매뉴얼은 EU 규정의 세부 사항을 한국 실정에 맞게 재구성했으며, 단계별 준수 가이드, 사례 분석, 문서 양식 예시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소화된 보고 도구와 컨설팅 연계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수입 대상 산업은 철강·시멘트 등 에너지 집약형 산업이 주를 이루며, 이들 기업은 연간 수입량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CBAM 전담팀을 운영 중이며, 이번 매뉴얼을 통해 기업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매뉴얼은 기후에너지환경부 홈페이지와 관계 부처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CBAM 도입 배경에는 EU의 탄소중립 목표(2050년 넷제로)가 자리 잡고 있다. EU는 자국 내 ETS를 통해 배출권 가격을 높여 산업 전환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를 수입국에도 확대 적용함으로써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을 방지한다. 한국은 EU의 4대 무역 파트너 중 하나로, CBAM 적용 시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정부의 대응 노력은 2022년부터 본격화됐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협력해 CBAM 대응 로드맵을 수립했으며, 기업 대상 설명회를 다수 개최했다. 이번 실무 매뉴얼은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으로, 확정기간 직전 최종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매뉴얼이 기업의 초기 대응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정확한 탄소 배출 데이터 확보가 핵심이며, 공급망 전체의 배출량(스코프3 포함)을 추적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는 CBAM 준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검토 중으로, 녹색 인증과 연계한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EU는 CBAM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부합하는 제도로 규정했으나, 개발도상국들은 차별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한국 정부는 국제 협의를 통해 제도 완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국내 ETS와의 연동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이번 매뉴얼 발간은 이러한 다각적 대응의 일환이다.
기업들은 매뉴얼을 활용해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2026년 보고 마감일을 대비해야 한다. 첫 보고는 2026년 1월 31일까지로 예정돼 있으며, 미준수 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EU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간으로 CBAM에 대한 국내 인식 제고와 실무 준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수출 확대의 열쇠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