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ch 글로벌은 AI로 재편, 국내 인슈어테크의 미래는
보험산업이 '가입' 중심에서 '운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이 결합되면서, 이제는 위험 평가와 보험료 산출, 사고 판별 같은 핵심 기능까지 기술이 파고드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슈어테크(InsurTech)가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보험사의 운영 구조를 바꾸는 흐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흐름은 뚜렷하다. 보험 조회·비교 중심 서비스에서 벗어나 AI 기반 자동 심사와 보상 프로세스 혁신, 플랫폼과 결합한 임베디드 보험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 '가입'에서 '운영'으로… 무게중심의 이동
보험산업의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 수와 판매 채널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정교하게 위험을 읽고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보험금을 지급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한 보장분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DB손해보험은 'AI 에이전트(AI Agent)'를 도입해 보험금 지급 프로세스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ABL생명은 AI 기반 성능관리 시스템을 통해 보험사기 탐지와 심사 정확도를 높였고, 미래에셋생명은 얼굴인증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금융사기 방지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 국내 인슈어테크 기업군도 윤곽… 그러나 '보험사 중심'
국내 인슈어테크 기업과 서비스도 점차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보맵, 보닥, 해빗팩토리 등은 보험 조회·분석·추천 영역에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해 왔다. 볼트테크코리아, GC케어, 스몰티켓, 피칸소프트 등은 보험사와 협업해 언더라이팅, 헬스케어, 소액단기보험, 보상 자동화 등 세부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다만 해외처럼 독립 인슈어테크 기업이 시장 구조를 주도하기보다는, 보험사 중심의 디지털 전환과 스타트업 협업 모델이 병행되는 구조가 여전히 강하다.
■ 커지는 글로벌 격차… 국내는 여전히 초기 단계
국내 인슈어테크는 아직 글로벌 대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발간한 '2024 한국 핀테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슈어테크 기업은 전체 핀테크의 7.6%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만 2023년 기준 국내 인슈어테크 기업의 평균 매출은 9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3.7% 증가해 성장 속도 자체는 빠른 편으로 나타났다. 규모 면에서는 아직 작지만 성장 가능성은 분명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해외에서는 인슈어테크 기업이 보험시장 구조를 바꾸는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보험사 중심의 디지털 전환과 스타트업 협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여전히 강하다.
■ 중첩 규제의 벽… 데이터와 판매 규율이 변수
이 같은 격차의 배경에는 규제 환경이 자리한다. 보험업법과 개인정보 보호 규제, 의료정보 활용 제한 등이 중첩되면서 데이터 기반 상품 개발과 서비스 확장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디지털 보험사와 신규 사업자에도 기존 보험사와 유사한 자본·영업 규제가 적용되면서 혁신 실험이 제한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 활용 역시 제약이 많다. 건강·의료 데이터와 생활 데이터를 결합해 더 정교한 상품을 만들고 싶어도 활용 범위와 방식에 제한이 존재한다. 플랫폼 기반 보험 판매 역시 판매 주체와 책임 범위, 소비자 보호 기준 등을 둘러싼 규제 이슈가 남아 있다.
■ 제도 완화 신호… 관건은 '실행력'
변화의 조짐도 있다. 2021년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소액단기전문보험업 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소자본으로도 특화 보험사업 진입이 가능해졌고,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제도권 내에서 안착 단계에 들어섰다.
금융당국은 AI 기반 보험심사 고도화와 디지털 보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고, 보험업계 역시 AI 자동 심사, 보상 자동화, 헬스케어 연계 서비스 확대, 임베디드 보험 실험 등 기술 내재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와 인프라
인슈어테크는 이제 보험산업의 경쟁 구조를 바꾸는 흐름이 되고 있다. 다만 국내는 기술 도입 속도에 비해 제도와 데이터 환경이 충분히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 관계자는 국내 인슈어테크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 범위 확대, 비례적 규제 체계 마련, 보험사·플랫폼·스타트업 간 협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향후 인슈어테크가 산업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결국 제도 정비와 시장 실행이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