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용금융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대출이나 채무조정부터 떠올린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은 대출만으로 버텨지지 않는다. 질병·상해, 사고·재해처럼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순간에는 보험금이 가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자금원이 될 수 있다. 보험은 위기 상황에 생활을 지탱하는 자금원이라는 점에서 포용금융의 중요한 축이 된다.
그래서 보험업권의 포용금융은 단순히 보험계약자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저소득층과 저신용자도 필요할 때 보험을 통해 위험에 대비하고 위기 순간에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문제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권이 저소득층과 저신용자를 끌어안고 ‘모두를 위한 포용금융’을 완비하는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진 방향을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험업권의 포용금융은 금융접근성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보호체계를 만드는 일과 연결된다. 보험은 가입 이후에도 유지와 보험금 청구 등 실제 이용 과정이 이어지는 상품이다.
따라서 보험료 부담 때문에 애초에 보험에 접근하지 못했던 저소득층과 저신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상품 판매 확대의 문제가 아니라 포용금융의 본질에 가까운 과제다. 특히 취약한 소비자에게 보험은 평상시에는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위기 상황에서는 생활을 지탱하는 거의 유일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보험업권 포용금융은 가입 문턱을 낮추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가입 이후에도 소비자가 제도의 보호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번에 제시된 보험업권 포용금융의 방향은 크게 네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보험 가입이 절실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보험접근성을 무상으로 제고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적 어려움과 물가 상승 속에서도 계약이 중도 해지되지 않도록 보험료 할인과 납입유예 같은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셋째,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처럼 국민 체감도가 높고 서민 생계와 밀접한 보험상품을 개선하는 것이다.
넷째, 포용적 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정책의 초점이 가입 자체에만 머물지 않고 유지와 국민 체감형 개선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소비자보호의 관점에서 보면 포용금융은 가입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취약계층이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정작 보장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순간 보험금을 제대로 청구하지 못한다면 포용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결국 보험업권의 포용금융은 가입 확대와 함께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 이용할 수 있는 절차,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구 체계를 함께 갖출 때 비로소 실질적인 소비자보호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용금융의 원칙이다. 포용금융은 취약계층에게 별도의 시혜성 상품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 안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험업권 포용금융도 단순히 보험 가입 기회를 넓히는 접근을 넘어 보험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실제로 필요한 순간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번 대책에 보험료 할인과 납입유예가 포함된 것은 이런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보험이 중도 해지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당장의 보장이고, 그 다음에는 위험에 대응할 최소한의 완충장치다. 가입 건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필요한 보장이 유지되도록 하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소비자보호를 더 촘촘히 하려면 먼저 취약계층이 보험 내용을 이해하고 실제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보험은 약관 구조가 복잡하고 절차도 낯설 수 있기 때문에 취약한 소비자일수록 가입 이후 단계에서 정보의 공백을 겪기 쉽다. 따라서 이해하기 쉬운 안내와 이용 절차를 마련해 소비자가 실제로 보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보험료 부담으로 계약이 중도 해지되지 않도록 할인과 납입유예 같은 유지 지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권 포용금융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가입시켰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한 보장을 끝까지 유지하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포용성과 책임성의 균형이다. 취약계층의 보험접근성을 높인다고 해서 설명의무나 소비자보호 기준이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취약한 소비자일수록 더 쉬운 설명, 더 명확한 고지, 더 세심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포용금융과 소비자보호는 서로 대체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움직여야 하는 기준이다.
보험업권 포용금융의 방향은 분명하다. 보험료 부담 때문에 제도권 보험 밖에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지자체 협업을 통한 무상 가입 지원, 보험료 할인, 납입유예, 국민 체감형 보험 개선 같은 장치를 통해 문을 열고, 그 문을 통과한 뒤에도 해지와 정보 부족으로 다시 밀려나지 않게 해야 한다. 보험의 포용성은 접근성의 확대만이 아니라 실제로 도움이 되는 실효성으로 평가돼야 한다.
보험업권 포용금융이 소비자보호와 같은 속도로 정교해질 때 보험은 비로소 모두를 위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