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사이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의 성장은 눈부셨다. 설계사 수는 빠르게 늘었고, 시장 점유율도 보험사 못지않게 확대됐다.
숫자로도 확인된다. 생명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GA의 생명보험 신계약 건수는 약 456만8000건으로 전체 929만건의 49%를 차지했다. 전체 신계약 보험료 1조5903억원과 비교해서는 GA가 8592억원으로 54%를 나타냈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GA협회는 2025년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GA는 2만9341개, 소속 설계사는 약 34만명으로 설계사 수로는 전속조직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공격적인 리크루팅과 높은 수수료 체계가 있었다. 설계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곧 경쟁력이 되는 구조 속에서 GA 업계는 ‘양적 팽창’ 전략을 선택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 방식이 한계에 다다르며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최근 감독당국은 GA의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불완전판매 관리 등 준법 감시 체계를 과거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영업 규모가 큰 조직이 아니라,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조직인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사실 GA 업계는 구조적으로 관리 리스크가 높은 산업이다.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의 설계사가 전국 단위로 활동하고 있고, 조직 구조도 다층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리크루팅과 실적 경쟁만 강조되면 불완전판매, 과도한 수수료 경쟁, 소비자 민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일부 GA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판매 관련 분쟁은 업계 전체의 신뢰 문제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동안 GA 업계는 ‘성장 산업’이라는 명분 아래 영업 확대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요구되는 책임 역시 커진다. 감독당국이 GA를 보험산업의 주요 채널로 인식하기 시작한 만큼, 이제 GA의 경쟁력은 단순한 리크루팅 규모가 아니라 준법 감시와 내부통제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설계사 교육 체계, 판매 과정 관리, 민원 대응 시스템, 내부 감사 기능 등 전반적인 준법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앞으로의 감독 환경을 버티기 어렵다.
양적 성장의 시대는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GA 업계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얼마나 많이 모집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가’다.
리크루팅 경쟁으로 성장한 산업이라면, 이제는 준법 경쟁으로 신뢰를 증명해야 할 때다. 그것이 GA 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것이다.
한편 감독당국도 GA를 둘러싼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규제 일변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감독당국이 소비자보호와 불완전판매 방지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지만, GA 업계에서는 규제의 방향이 지나치게 통제 중심으로 기울어 있다는 불만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수수료 체계, 리크루팅 방식, 내부통제, 교육 의무, 판매 과정 관리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강화되면서 현장에서는 “숨 쉴 틈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는 점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특히 GA만을 겨냥한 규제라는 인식, 즉 보험사 전속 채널이나 다른 금융 판매 채널과 비교했을 때 감독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