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더 이상 봄철에만 발생하는 재난이 아니다. 연중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지형과 기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형 산불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해가 진 후 헬기 진화가 중단되는 야간은 산불이 가장 빠르게 세력을 키우는 '골든타임'으로 꼽힌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산림청 서울산림항공관리소가 국산 헬기 수리온(KUH-1)을 앞세운 야간 공중 진화 체계와 밤비버킷 정비 시스템을 통해 산불 대응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산림항공관리소의 야간 산불 진화 역량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쌓아온 고찰과 훈련의 결실이다. 야간 진화는 주간과 임무 형태는 비슷하지만, 어둠 속 착시 현상과 지형·지물 식별 어려움으로 안전 사고 위험이 극도로 높은 고난도 임무다. 산림청은 2005년 대규모 산불 피해를 계기로 야간 진화 필요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조종사 숙련도 부족과 장비 미비로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2013년 포항 산불과 2019년 고성·속초 산불 등 대형 화재를 겪으며 체계적인 준비에 속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훈련과 기술 개발이 이뤄져 현재 야간 비행 전문성을 갖췄다.
야간 산불 진화는 기술만으로는 투입할 수 없는 고위험 영역이다. 서울산림항공관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산불 대응 체계를 가진 미국의 지침을 벤치마킹해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미국 지침에 따르면, 야간 임무는 '수행 가능성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명확한 목적과 필요성이 있으며 위험 요소를 통제할 수 있을 때만' 실시한다. 야간 비행은 조종사의 시각 한계 외에도 기상 조건, 지형 장애물, 이착륙장 안전성 등 변수가 많다. 이에 따라 서울산림항공관리소는 인명 구조, 국가 중요 기간시설 보호, 경제적 가치 높은 산림 보전 등 특정 조건에만 야간 진화를 결정한다. 공중 진화 자산 배치가 부족하거나 지상 관제 체계가 불명확할 때는 임무를 제한하며, 대원 안전과 국가 자산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야간 비행의 핵심은 정밀 장비와 숙련 인력의 완벽한 조화다. 서울산림항공관리소가 운용하는 수리온 헬기는 야간 투시경과 자동 비행 조종장치로 어둠 속 안전 비행을 돕는다. 최근 도입된 야간 열화상 카메라 TK-8은 현장 가시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실시간 화선 정보를 제공한다. TK-8은 지난 봄철 광양 산불을 비롯해 서산·예산 등 여러 산불 현장에서 야간 열화상을 촬영,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가동시켜 진화 전략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야간 비행 시 풍속, 월광 효과, 조종사 피로도 등 통제 요소가 많지만, 수리온 조종사의 야간 비행 자격 확대를 통해 상시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진화 헬기가 산불 현장의 '눈'이라면, 물을 싣고 투하하는 밤비버킷은 '손'에 해당한다. 헬기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버킷 고장 시 진화 전력이 떨어진다. 산림청은 현재 182개의 밤비버킷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군과 소방 등에 배분해 범국가적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밤비버킷의 안정적 정비는 야간 진화 성공의 필수 요소로, 서울산림항공관리소는 전국 단위 정비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야간 산불 진화의 성공은 조종사 숙련도, 첨단 장비 성능, 완벽한 정비 체계의 '삼박자'가 맞물릴 때 이뤄진다. 동시에 비행의 높은 난이도와 위험성을 인정하고 철저한 원칙을 지키는 태도가 중요하다. 서울산림항공관리소는 앞으로 야간 비행 역량을 더욱 고도화하고 밤비버킷 정비를 안정화해 국민 생명과 산림 자원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겠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 시대에 산불 대응은 더욱 치밀해져야 하며, 이러한 노력은 산림 보호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