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당국이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선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김진홍 금융산업국장 주재로 열린 업권별 리스크 점검회의에는 은행, 보험업계 협회와 금융연구원, 보험연구원 전문가들이 참석해 상황의 파급 영향을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 지표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은행과 보험업계의 핵심 건전성 지표는 모두 규제 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은행권의 지난해 3분기 말 보통주 자본비율(CET1)은 13.59%로, 8%의 규제 요구 수준을 여유 있게 충족하고 있으며,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168.9%를 기록해 외환 위기에 대응할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보험업계의 K-ICS 비율은 3분기 말 210.8%로 전분기 대비 소폭 개선됐고, 외화 유동성 비율은 320.3%에 달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자금 이탈 가능성에도 대응 가능하다는 평가다.
중동 지역에 대한 금융기관의 직접 노출액도 미미한 수준이다. 6대 은행의 위험 노출은 약 4조3000억원으로, 전체 위험가중자산의 0.3%에 불과하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운용자산 중 중동 관련 익스포저는 각각 0.6%, 0.7% 수준에 그쳐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유가 변동에 민감한 정유, 항공, 석화 업종에 대한 대출 노출은 지속 모니터링 대상이며,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사 자산·부채 불일치 리스크도 주요 점검 과제로 떠올랐다.
현지에 진출한 금융기관들은 인력 안전 확보를 위해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5개 은행과 3개 손보사는 외교부의 여행주의보에 따라 현지 직원의 재택근무 전환과 가족 귀국 조치를 완료했으며,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해 신속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기업 및 선박의 전쟁위험담보 가입 여부도 점검됐으며, 33건 중 32건이 이미 재가입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이번 점검을 계기로 단기적 충격뿐 아니라 장기적 리스크에 대한 종합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홍 국장은 “고금리·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서민과 소상공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생산적·포용적 금융 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당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자본 구조의 탄력성과 리스크 관리 체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으며,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전략적 운용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