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24일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폭염과 열대야가 단순히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을 넘어 발생 시기 자체가 크게 변하고 있다. 폭염은 6월부터 시작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라졌고, 열대야는 9월 상순까지 이어지며 더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53년(1973∼2025년)간 여름철(6∼8월) 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8℃씩 상승했다. 2025년 여름 평균기온은 25.7℃로 2024년(25.6℃)에 이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기온 상승은 폭염과 열대야 같은 극한 현상의 발생 빈도와 시기, 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분석 결과, 연간 폭염일수는 10년당 1.8일, 열대야일수는 10년당 1.6일씩 증가했다. 최근 10년(2016∼2025년)의 폭염일수는 평균 18.3일로 과거 10년(1973∼1982년)의 8.3일보다 2.2배 많았다. 열대야일수는 같은 기간 4.1일에서 12.2일로 3.0배 급증했다.
특히 폭염일수 상위 10위 안에 최근 10년간 4차례가 포함됐고, 열대야일수는 7차례나 포함됐다. 2024년 열대야일수는 24.5일로 이전 최고 기록인 1994년(16.8일)보다 1.5배 많았다. 이는 낮 기온뿐 아니라 밤에도 고온이 이어지는 날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월별로 보면 폭염은 8월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고, 6월에도 증가 경향을 보였다. 2024년 9월 폭염일수는 6.0일로 역대 가장 많았고, 2025년이 두 번째였다. 열대야는 7월과 8월 모두 증가세가 뚜렷했으며, 2010년대 이후 급격히 늘었다. 2024년과 2025년 9월 열대야일수도 역대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았다.
발생 시기 변화를 분석한 결과, 폭염 시작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0∼30일가량 빨라졌다. 중부내륙(서울, 이천, 춘천, 청주 등)과 광주, 구미, 의성, 울진에서는 과거 10년에 7월 상순에 시작하던 폭염이 최근 10년에는 6월 상순에 시작하며 한 달가량 당겨졌다. 반면 폭염 종료일은 과거 8월 중순에서 최근 8월 중순으로 10일 안팎 늦어졌다.
열대야는 시작일이 5∼15일 빨라졌고, 종료일은 10∼20일 늦어졌다. 강릉의 경우 열대야 시작일이 7월 17일에서 6월 21일로 26일 빨라졌고, 종료일은 8월 12일에서 8월 28일로 16일 늦어져 발생 기간이 40일가량 확대됐다. 남해안과 제주 지역에서는 폭염이 끝난 후에도 9월 상순까지 열대야가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작년(2025년)에는 6월 18일 강릉에서 첫 열대야가 나타났고, 광주(6월 19일), 대전(6월 19일), 부산(7월 1일) 등 21개 지점에서 관측 사상 가장 이른 열대야를 기록했다. 서귀포에서는 10월 13일 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는 기온 상승, 북태평양고기압의 조기 확장,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이 지목됐다. 북태평양고기압이 6월부터 북서쪽으로 확장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일찍 유입돼 폭염 시작을 앞당기고 있다. 8월 하순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에 머물며 열대야를 늦게까지 발생시키고,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 상승이 밤사이 냉각을 약화시켜 열대야 지속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폭염 발생이 앞당겨지고 열대야가 늦게까지 지속되는 고온 발생 기간 확대 경향이 온열질환 위험을 높이고 냉방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최근 들어 폭염과 열대야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고 늦게까지 이어지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여름철 더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기상청은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하고 열대야주의보도 새롭게 도입하는 등 국민 체감형 방재기상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