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 시장에서 계약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일부 업체가 공급 능력도 없이 무분별하게 입찰에 참여하거나, 낙찰을 받고도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시장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이에 조달청(청장 백승보)이 칼을 빼들었다.
조달청은 2026년 8월 3일부터 일부 물품에 대해 입찰에 참가하는 모든 업체에 입찰보증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는 물품을 납품할 능력이 없는 이른바 '페이퍼컴퍼니'가 무분별하게 입찰에 뛰어들어 계약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조달청은 최근 3년간의 공고 건수, 업종 제한 여부, 평균 투찰자 수, 낙찰 순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무분별 입찰 우려가 높은 9개 품목을 선정했다. 선정된 품목은 액체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기, 약품분배기 및 포장기, 반도체검사기, 오실로스코프, 교육훈련장비, 진공증착기, 헬멧, 적외선분광기다. 이들 품목은 고가의 정밀 기기나 특수 장비가 많아 입찰 과정에서 부실 업체가 끼어들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입찰보증금 의무화는 조달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우선, 성실한 업체들이 불공정한 경쟁에 밀려 피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부실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려면 보증금을 내야 하므로 진입 장벽이 생겨 전체적인 계약 이행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백호성 조달청 구매사업국장은 "공공조달은 무엇보다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페이퍼컴퍼니가 무분별한 입찰로 계약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건전한 조달 시장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